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따른 환율관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동수 재정경제부 2차관이 13일 최근의 환율하락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우려를 나타냄에 따라 그동안 환율급락 속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온 외환당국이 앞으로 적극 대응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13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안정용 국채(환시채) 발행 잔액은 2000년만 해도 13조4000억원이었지만 올 연말에는 79조원(정부 전망치)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는 환시채 발행잔액이 2010년에는 11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이같은 환시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액만 1조5390억원에 달했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은 2003년부터 원화표시 채권의 경우 외평기금에서 직접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국채를 발행한 뒤 이를 받아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시채와 관련된 정확한 이자부담액은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달러매수 시장개입으로 시중에 풀려나간 원화를 흡수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이자지급액도 급증하고 있다.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2000년 66조4000억원에서 올 8월말 현재 162조6000억원으로 늘었으며, 이에따른 이자지급액도 2005년말 기준 6조144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통안증권 이자지급액은 8월말 현재 4조4160억원을 기록, 연간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급증한 환율방어 비용에 대해 올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으며 시장개입에 대한 외환당국의 의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최근 환율이 910원대까지 급락하는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과거와는 달리 외환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개입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환당국자들이 국회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정책실패에 대한 사후 책임추궁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용이 늘고있는데 대해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환율방어 비용은 한국경제 전체를 위한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여겨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