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거리 1000㎞ 이상의 국산 장거리 크루즈(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정부 고위관계자가 확인한 가운데 국방부가 그 같은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사거리 500㎞의 국산 크루즈미사일(가칭 천룡) 개발에 성공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국방부는 이 사실을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그러나 이번에 ADD가 개발에 성공한 크루즈미사일은 사거리 1000㎞ 이상으로 지형영상대조항법장치(TERCOM)의 정밀도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와 ADD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정밀타격무기인 크루즈미사일 개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산 미사일개발이 알려질 경우 북한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포동 2호 발사와 핵 실험을 한 마당에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사실을 정식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신예 토마호크미사일(사거리 2500㎞)에 버금가는 1000㎞ 이상의 장거리 크루즈 미사일 개발은 미사일 강대국 대열에 들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항할 정밀무기 = 순항미사일은 장시간을 비행하기 때문에 화력제어 레이더를 사용해 미사일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신 미사일 내에 장착된 항법장치와 목표지점의 지형정보를 사전에 디지털화해 입력한 정보를 활용,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선수의 손을 떠난 농구공처럼 일단 발사된 이후에 경로를 수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데 반해 크루즈미사일은 관성유도방식과 지형영상대조항법장치에 의해 정밀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관성유도방식이란 미사일의 임무컴퓨터에 비행경로 프로그램을 미리 입력해 두고 비행하면서 미사일에 탑재된 관성항법장치(INS)로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계산해 이미 저장된 경로 및 위치와 비교해 오차를 수정하는 방식이다.

지형영상대조항법장치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로 지형별 고도 차이를 매트릭스 형태의 지형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미사일 컴퓨터에 저장해둔 다음 비행 시 미사일에 장착된 레이더 고도계가 측정한 고도자료와 서로 비교해 수정하는 방식이다. 발사지점에서 40㎞ 떨어진 지점에 목표물을 설치해놓고 미사일이 목표물 상공을 수십 바퀴 순환한 뒤 목표물에 탄착하는 방식으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INS와 TERCOM 기술이 향상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