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인권 변호사이자 재야 민주화운동의 대부였던 홍남순 변호사가 14일 오전 2시쯤 타계했다. 2001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한 지 5년 만이다. 향년94세.

1912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법조계에 입문해 광주지법 판사, 광주고법 판사 등을 거쳐 196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양심수를 위해 60건 이상의 무료 변론을 했고 3·1 구국선언(1976), 양성우 시인 필화사건(1977) 등 30여건의 긴급조치법 위반사건을 맡았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수습위원 자격으로 계엄군의 탱크 진입에 맞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7개월 복역한 뒤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5·18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진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4차례 걸쳐 진행된 5·18보상을 신청하지 않았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시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앞마당에는 고인의 정신을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분향소 앞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이 보내온 조화가 놓였다.

문상객들 중 가장 눈길을 모은 사람은 15일 오후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인 1960~1970년대에 홍 변호사가 반독재투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고인은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오신 호남의 양심”이라며 “원칙과 양심을 가지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신 홍 변호사와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빈소에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이수성 전 총리, 윤공희 천주교 대주교 등이 다녀갔다. 유족은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아들 기훈씨를 비롯해 5남2녀가 있다. 장례는 광주시가 주관하는 ‘광주민주시민장’으로 치러지며 영결식은 17일 오전 9시에 열린다. 장지는 국립5·18민주묘지. 062-234-6881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