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우리 고대사 등에 대한 중국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04년 8월 우리 고대사의 정치쟁점화를 금지한 한·중 ‘구두양해’이후에도 중국의 역사왜곡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는데도 우리 정부가 북한 핵 및 6자회담에서의 중국 역할 등을 고려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외교부는 또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역사왜곡에 ‘눈감은’외교부 = 8일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중국의 역사왜곡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중국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한중 구두양해 이후인 2004년 9월 ‘고구려사통합TF’를 만들고 산하에 외교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외교전략팀을 구성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월과 8월 구두양해 이행 현황 점검 등을 위해 두 차례 TF 회의를 개최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11월8일에도 정부는 TF 회의를 갖고 중국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을 적극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TF는 또 3일 뒤 교육인적자원부에 공문을 보내 “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공문 첨부 자료에는 ▲부여, 진한의 문화 ▲고구려 영역 ▲발해 등 12개의 중국 교과서 왜곡 사항과 이의 시정조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중국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적극 대응키로 해놓고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이유를 외교부는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를 통해 “2006년 8월 현재 중국 중앙정부 및 당-정-관영언론 차원의 추가 역사왜곡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오락가락하는 외교부 = 외교부는 7일 중국 사회과학원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 정부의 고대사 왜곡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돼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공식화 시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왜곡된 역사해석을 채택해서 교육시킬 경우”라고 했다. 중국의 역사교과서왜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외교부 스스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발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는 또 “(중국) 연구기관의 연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한·중간 구두양해 사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보낸 ‘동북아역사재단 설립 관련 설명 자료’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의 본질은 중국의 국가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의 역사 연구를 빙자한 ‘조직적 역사왜곡 프로젝트’”라면서 “중국은 오히려 ‘정치·연구 분리’ 운운하면서 왜곡현상을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의도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역사 연구는 별 문제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