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대교 공원 입구의 ‘제일장어구이전문점(055-832-2040)’은 남해안에서만 잡히는 갯장어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장어만을 전문으로 다뤄 여름철 보양식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김판선(여·52) 사장은 장어와 생선회 요리 경력만 27년이다.

김 사장은 갯장어를 삼천포수협위판장에서 산채로 구입해 식당수족관에 살려둔 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내장과 뼈를 제거한 뒤 내놓는다. 이 때문에 손님이 많은 저녁이면 주방은 갯장어 손질하는 소리로 분주하다.

갯장어는 6월말에서 9월초까지 남해에서도 전남 여수와 경남 고성 연안 수역에서 주낙으로만 잡히는 어종이다. 갯장어는 5년 전만 해도 전량 일본에 수출됐으나 어획량이 늘면서 남해안 횟집에서 여름철 보양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다른 장어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많다. 또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의 함량이 높아 혈전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집 갯장어 요리는 샤부샤부, 회, 회무침 등 세 종류가 있는데 모두 맛이 일품이다.

샤부샤부는 갯장어를 손질하고 남은 뼈로 만든 육수를 쓴다. 비린 내를 없애기 위해 파, 고추, 무, 인삼, 버섯, 다시마를 넣은 육수가 끓으면 손님들은 대나무 접시에 담긴 갯장어 포를 1개씩 집어 1~2분 정도 살짝 대처 낸다. 이 때 팽이버섯과 방아 잎, 부추도 함께 넣는다. 살짝 익은 갯장어를 야채와 함께 이 집만의 비결이 담긴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한 입 넣고 씹으면 갯장어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면서 방아 향이 코 끝을 자극한다. 샤부샤부를 다 먹고 나면 육수를 다시 붓고 녹두와 조, 찹쌀, 땅콩, 다시마를 넣은 죽을 끓여준다.

회도 샤부샤부 만큼 맛있다. 깻잎 등 각종 야채와 곁들여 양념에 찍어 먹는데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회무침은 갯장어에 삭힌 초고추장, 배, 미나리, 양파를 넣고 무쳐서 나온다. 갯장어 샤부샤부와 회, 무침은 소(2인 기준·4만원), 대(4인 기준·6만원)가 있다.

좀더 저렴하고 양이 많은 남해안 보양식을 먹고 싶다면 장어구이를 주문해도 된다. ㎏에 2만원하는 장어구이는 양도 많고 맛도 갯장어에 뒤지지 않는다. 장어구이는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이 집에서는 고추장과 양파, 배, 생강, 마늘, 파, 레몬, 된장, 간장, 물엿, 설탕을 섞은 양념을 낸다. 불판에 장어를 구운 뒤 양념에 찍어 상추에 싸 먹으면 된다. 김 사장은 “갯장어는 뼈가 많아 손질하기 힘들어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없는데다 일년 중 지금이 아니면 맛을 볼 수 없어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사천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