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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예부터 삼복더위에 최고의 ‘복달임’ 음식으로 꼽혔다. 민어회는 다른 회들과는 맛의 종류가 완연히 다르다. 막 잡은 뒤 피를 빼고, 얼음에 채워 적당히 저온에 숙성시켰다가 큼직하게 썰어 내놓는 민어회는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입안에 감도는 단맛이 특징이다. 특히 기름이 적당히 낀 뱃살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곧바로 썰어내놓는 부레나 살짝 데쳐 내오는 껍질도 독특한 식감을 느끼게 한다.

민어탕은 민어요리의 하이라이트.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도 좋고, 마늘만 넣고 소금으로 간한 맑은 탕도 깔끔하게 입맛을 돋운다. 식당에서 흔히 맛볼 수 없지만, 민어전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민어요리의 최고 맛집으로 일컬어지는 곳은 전남 목포시 중앙동의 영란횟집(061-243-7311). 예약을 하고 찾아가면 적절하게 숙성시킨 민어를 준비해 회를 떠내고, 껍질과 부레, 지느러미살은 기름소금에 무쳐낸다.

머리와 뼈로는 매운탕이나 맑은 탕을 끓여낸다. 이집 민어 맛의 비결은 막걸리를 삭혀 만든 식초와 참기름과 깨, 생강을 넣어 직접 만든 된장양념에 있다. 민어회는 2인 기준 한접시에 4만원. 매운탕 값은 따로 1인분에 5000원씩을 받는다. 전남 목포시 중앙동 삼화횟집(061-244-1079)도 민어요리로 유명하다.

적당히 숙성시킨 민어를 두껍게 썰어낸다. 육질은 두껍지만 입에 넣으면 살살 부드럽게 풀린다. 민어회는 한접시에 4만원. 매운탕 값은 1인당 5000원이지만, 회를 주문하면 한 상(3, 4인 기준)에 1만원씩이다. 말린 민어를 쌀뜨물에 넣고 푹 고아서 끓여내는 건민어탕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데, 조리에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주문해야 한다. 3, 4인 기준 한 냄비에 4만원이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어판장 부근의 ‘지도횟집’(061-275-8100)은 어판장에서 경매된 민어를 곧바로 가져다가 사용하므로 선도 면에서는 최고로 치는 곳이다. 다른 민어집과는 달리 6시간 정도 숙성시킨 민어를 내놓아 쫄깃한 맛이 강하다. 6, 7㎏짜리 숫놈만을 가려서 사용하는 탓에 맛이 고른 편이다. 전남 무안군 망운면의 ‘동원’(061-452-0745)은 ‘기절낙지’를 전문적으로 내놓는 곳이지만, 한여름철에는 민어회를 낸다. 회는 숙성시기를 길게 잡고 다소 얇게 썰어내는 편. 한점 입에 넣으면 입 안에서 민어살이 그대로 녹는다. 민어회 2, 3인용 한 접시에 6만원선.

서울에서 민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서울 청계천의 민어집(02-2292-4286). 6인 기준으로 36만원짜리와 24만원짜리 두가지 코스로 상을 내는데 2명이 와도 값을 다 치러야 하므로 숫자를 맞춰야 한다.

이곳은 하루 한팀의 손님만을 받는다. 점심에 손님이 있으면 저녁손님을 받지 않고, 저녁손님이 있으면 점심은 쉰다. 갖가지 장아찌류와 죽순동치미 등 서울식 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민어탕에 기름이 많은 편이어서 평가가 엇갈리는 편. 주인 내외의 고집이 세서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다는 평도 있다.

서울 논현동의 ‘목포자매집’(02-543-0729)과 ‘노들강’(02-517-6044)도 민어요리를 간판으로 내세운 맛집. 주인이 전남 목포 출신으로 남도식 밑반찬을 맛깔스럽게 낸다. 전라도식으로 두껍게 썰어낸 민어회를 내놓는데 예약을 하고 가면 딱 숙성시기를 맞춘 회를 내놓는다.

회와 민어탕을 맛보려면 대략 4인 기준으로 15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가면 된다. 이밖에 인천 중구 신포동 신포시장의 ‘경남회집’(032-766-2388)도 인천에서는 알아주는 민어요리집이다. 민어회는 3, 4인용 대(大)자가 6만원이고, 매운탕은 1만원부터 2만5000원짜리까지 있다.

박경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