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밸코트 주한미군사령관 참모장 겸 미 8군 사령관은 16일 “지금처럼 주한 미군의 사격장 확보가 안될 경우 전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16일 오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한미협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동맹’강연에서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된 이후 주한 미군은 공대지 사격훈련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훈련장 사용 문제는 전투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이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매향리 사격장을 대체할 만한 훈련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훈련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조종사들의 능력, 부대의 전투능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또 “국방을 위해 훈련이 필요하지만 자기 집 앞에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은 문제”라고 지적한 뒤 “훈련장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공군전력을 유지할수 없다공군전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 “일단 이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군의 입장으로서 우리는 북한이 이미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췄다는 가정 아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안보, 나아가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환경 치유 문제로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주한 미군은 지난 55년간 한국내 기지에서 급박하고 실질적인 환경 위험이 없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한·미간에 봉착한 난관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 미군은 4년전 6월에 발생한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며 “그 사건 이후 매년 사건 발생일 전날인 6월12일이면 카투사들과 미군 2사단 장병들은 사건 현장을 방문해 추모비 주변을 청소하고 헌화해왔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고 있는 반미 움직임과 관련, 밸코트 사령관은 “한국의 젊은층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실과 진실을 알면 젊은 사람들이 주한 미군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밸코트 사령관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처럼 동북아에서도 역내 다자안보체를 구축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일단 그같은 방안은 정치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강연회에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그의 미국 출장일정이 길어짐에 따라 밸코트 사령관이 대신 강연했다.

한편 벨 사령관은 15일 발행된 ‘한미우호협회’ 6월호 기고문을 통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 행사하게 되면 전시와 평시 주한미군의 지상·해상·공중전력의 구성 비율에 대해 한·미 양국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기고문에서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확보하게 되면 미군은 지원 역할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