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 전투기의 블랙박스는 수심 약 1000m의 해저에 가라앉아 현 기술로는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기술력 부족으로 비행정보가 기록된 ‘데이터링크 시스템(DLS)’은 지상의 대구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와의 연결이 돼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원인 해결의 단서는 이날밤 함께 요격훈련을 벌인 나머지 두 전투기에 연결된 DLS가 쥐게 될 것으로 보여 사고조사 과정에서 일정한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요격훈련을 위해 사고기와 함께 출격한 2대의 F15K 전투기에 사고기에 대한 비행정보기록이 자동 입력되는 DLS마저 갖춰져 있지 않았다면 사고조사는 미궁에 빠져버릴 뻔해 향후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 회수 사실상 불가능 = 현재 해군초계함 3척과 해경정 3척이 사고해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여 사고기 잔해 등 12일 현재 140여점의 부유물을 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철가방 형태의 블랙박스는 수심 약 1000m 해저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여 UDT요원등의 잠수에 의한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해군은 추정하고 있다. ECSMU(Electronic Crash Survival Memory Unit)라 불리는 전투기 블랙박스는 강한 충격에도 훼손이 되지 않지만 해상 추락시 물에 뜨게 하거나 발신장치등이 없어 해저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ECSMU에는 비행기간 사고기의 엔진상태와 조종계통의 이상, 연료상태, 두 조종사간 대화 등을 비롯, 선회각도, 고도 등 200여가지 각종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이와 함께 F15K를 통제하는 대구의 MCRC에는 아직까지 전투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DLS 16’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DLS는 수집한 정보와 각자의 무장, 연료 등의 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합 전술정보 분배체계다. 따라서 이번 사고원인을 밝힐 유일한 열쇠는 사고기와 함께 출격한 나머지 두 전투기의 DLS에 전송 입력된 비행기록정보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보상 어떻게 되나 = 국방부와 미국 보잉사는 F15K 인도후 2년내에 ‘기체결함’으로 항공기 80% 이상이 손상됐을 때 F15K 1대 값(약 1000억원)에 해당되는 최대 1억달러 보상을 받기로 계약했으며, 엔진결함의 경우 엔진을 국내 방산업체 S사를 통해 완제품으로 제공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최대 4800만달러를 보상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보상 규정은 경쟁입찰에 함께 참여했던 후보기종 4종 가운데 가장 불리한 품질보증 및 사고보상 계약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약은 품질보증내 매회 최대 1억유로(유로파이터), 피해액 100%까지 누적해 최대 1억유로(라팔), 매회 피해의 100%까지 수리 또는 대체보상(Su-35) 조건을 내걸었던 다른 후보기종과 사고보상 조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