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식 통일은 현재 진행형으로, 머지않아 1단계 통일은 완성될 것이다.… ’

6자 회담의 교착으로 북·미 관계가 삐걱거리고 남북 관계 또한 순탄치 않은 와중에도, 가까운 시일 안에 1단계 남북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남북 통일이 곧 이뤄진다고 주장한 이는 오래전부터 분단체제의 극복에 천착하다 1998년 ‘흔들리는 분단체제’ 에서 군부독재 종식 이후 분단 체제의 동요를 정확히 짚어 냈던 백낙청(사진) 서울대 명예교수.

남북과 해외가 만든 ‘6·15 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의 남측 대표를 맡아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백 교수는 1일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창비)이란 사회비평서에서 남북의 통일은 ‘1회성 사건’ 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 로, 그 1차 완성에 이르는 것은 결코 먼 앞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다소 두루뭉술하게 진행되다가 문득 통일이 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식 통일’ 의 참뜻으로, 불가피하면서도 바람직한 과정이라는 지적을 한다.

백 교수는 ‘한반도식 통일론’ 을 내놓으며 우선 부국강병을 지상목표로 삼는 단일형 국민국가의 ‘완전한 통일’ 이란 고정관념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일회성 사건으로서의 통일이 반드시 나쁠 것은 아닐지라도, 한반도 분단의 특성상 전쟁이나 그에 버금가는 파국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백 교수가 상당한 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분단 체제 극복 중, 도둑같이 찾아오는 ‘과정으로서의 통일’ 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 교수에 따르면 단일형 국민국가의 선포는 부수적인 과제일 뿐, 통일의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 주민이 현재의 분단 체제보다 나은 체제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남북의 현정권이 서로 일정한 안정성을 보장하고 남북간 주민 이동의 적당한 통제를 인정하는 국가연합 형태의 통일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일 수 있다.

이렇게 볼 경우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했다” 는 6·15 공동선언의 조항은 모호한 표현 속에서도 실현 가능한 합의를 담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백 교수는 평가한다. 6·15 선언은 독일식 흡수통일도 베트남식 무력통일도 아닌, 우리식 통일을 이루자는 합의였을 뿐 아니라 한반도식 통일에 시동을 건 중차대한 사건이라는 것. 이렇게 관계를 진전시키다 남측 안과 북측 안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 남북간의 통합작업이 1차 완성에 이르렀음을 남북 쌍방이 확인하는 것으로 ‘1단계 통일’ 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6·15 이후 온갖 난관과 파란 속에서도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현실은 이런 통일이 현재 진행중임을 웅변한다” 며 “이처럼 통일이 아득한 장래의 일도 엄청나게 위협적인 사변도 아니라는 믿음을 가질 때 평범한 대중들이 삶의 마당에서 ‘어깨에 힘을 빼고’ 통일의 길에 나서는 것이 가능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