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신비를 아들과 함께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한국 방문 경험은 내 미술 작업과 일상생활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양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장애, 이혼, 미혼모라는 3중고를 딛고 일어서 ‘살아있는 비너스’ 로 불리는 영국의 여성 구족(口足)화가 앨리슨 래퍼(41)가 1일 국가인권위원회 방문을 끝으로 8박9일 동안의 방한 활동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한다.

지난달 23일 과학기술부 산하 아시아과학인재포럼의 초청으로 아들 패리스(6)와 함께 내한한 래퍼는 방문기간에 경기영어마을에서의 강연과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인마을 전시회, 한국 구족화가들과의 만남, 국회 및 연세대 방문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장애인들의 인권과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장애인들을 만날 때마다 “장애 때문에 늘 불편했지만 결코 불행하진 않았다” 며 장애인도 도전정신으로 무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철학과 희망의 메시지로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지난달 28일 오후에는 파주시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내 손안의 인생(My life in my hands)’ 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그는 “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된 6~7세 때 사람들에게 의수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며 “이후 시설에서 나와 홀로 살면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두렵긴 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돼 기뻤다” 고 말해 영어마을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는 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낳은 아들 패리스에 대해 “아들에게 항상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다르지만 괜찮다, 다른 내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 이야기 해준다” 며 “아들을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 며 국내 장애인들에게 출산의 의미를 전했다.

출국을 하루 앞둔 래퍼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37·푸르메 재단 홍보대사)씨를 자신의 숙소에서 만나 사회가 장애인을 감싸는 법을 배우도록 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래퍼는 이날 강씨와의 만남에서 “장애인은 짐이 아니고 경제활동기회를 줘야 한다” 며 “(장애인이) 아이 갖기를 두려워말라” 며 장애인들의 정상적인 출산과 육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방한 마지막날인 1일에도 국가인권위를 방문해 “한국은 마음이 푸근한 나라지만 장애인과 약자를 위한 시설이 미흡하다” 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정부와 정치인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 이라고 당부했다.

래퍼는 “한국인들은 역동적이었고 이방인인 나를 어디에서나 반겨 줬다” 며 “신비하고 낯선 동양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고 한국 방문의 소감을 밝혔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래퍼의 한국방문과 관련, “자신의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국내장애인들에게 전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며 “특히 래퍼의 한국 방문 동안의 노력으로 이제는 반짝열기가 아니라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시발점이 될것” 이라고 말했다.

수원 = 김형운기자 hw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