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국회 공전사태에 대해 “여당이 야당에 양보하라” 고 권유하면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타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불러왔던 사학법 개정안은 4개월여만에 다시 재개정의 수순을 밟게 됐다.관련기사 4면

현행 사학법은 한나라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초·중·고·대학에 개방형 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되 이사 추천 주체를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이사 정수의 4분의 1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중에서 선임한다’ 는 조항을 ‘… 대학평의회 등에서… 선임할 수 있다’ 로 수정하는 것을 최종안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를 확대하는 안만 받아준다면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 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수정제시한 대로 ‘이사장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취임 금지’ 조항도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학교장에 대한 과잉규제 철폐 ▲임시이사파견주체를 정부에서 법원으로 변경하는 방안 ▲교원의 면직·징계 사유를 ‘불법적 학교단위 노동운동’ 으로 한정하는 안을 열린우리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개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선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를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사학법 근본을 뒤흔드는 것” 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아 내부 조율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9일 노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이 끝난 뒤 별도 회담을 열고 각당의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30일 중 회담을 열기로 했다. 양 대표는 이틀밖에 남지 않은 일정을 감안해 임시국회를 재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양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어려울 때 여당이 야당에게 양보하면서 같이 가야하지 않느냐” 면서 “여당이 야당 요구를 들어주면서 국정을 운용해야 한다” 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모습이 결코 나쁘지 않다” 면서 “정치 논리와 다수결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들어주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권고” 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과 원내대표간 회담이 잘 되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고 이정현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뒤 “오늘 회담이 잘됐다” 면서 “당내에서 재개정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하고 처리해 가겠다” 고 말했다.

오승훈·김충남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