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산업자원부장관과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이 한국경제 현안에 대한 소신과 처방전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 문제를 한국경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현행 중소기업 신용보증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 에서 30년 경제관료 경험의 회고와 반성으로 말을 꺼냈다. 그는 “한국경제가 개방체제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조화 현상으로 전환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경제관료로서의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의 신용보증이라는 ‘산소마스크’ 를 쓰고 있다는 점이 문제” 라며 “신용보증제도를 개편해 스스로 기술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에만 보증지원이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정 의원은 “현재의 부동산대책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적극적인 공급확대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부동산 보유과세는 강화하면서도 양도세와 거래세(취득세와 등록세)를 인하해 시장에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퇴로’ 를 열어줘야 한다는 게 그가 제시한 부동산 처방이다. 그는 “임대주택, 고급빌라, 대형주택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공급체계를 갖춰 ‘시장의 힘’ 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전반의 ‘도덕적 해이’ 도 지적했다. 정 의원은 “경제주체들이 문제를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끊임없이 정치나 관치에 의존하려 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며 “단기적인 표심(票心)을 좇는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고 꼬집었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정 의원은 “각 기업이 개별 환경에 맞게 지배구조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며 “기업경영이 투명화되고 정경유착이 사라지는 현 시점에선 건전한 ‘CEO 시장’ 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사회안전망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 “지나치게 증세 위주로 논의하기보다는 비조세적인 재원확충 방안을 마련한 후 그 부족한 부분을 증세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방법” 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공적자금 회수자금과 공기업 민영화로 조성된 자금 등을 사회안전망 재원으로 우선적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