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새로운 주권국가’의 첫 정부수반으로 강경 시아파 정치인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59)가 결정됐다.

AP통신은 알 자파리가 12일 시아파 연합정당 통합이라크연맹(UIA) 의원 투표에서 총리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새 정부의 총리직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UIA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275석 중 128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지난해 10월 통과된 새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실권 없는 명예직이 되며, 총리가 군 통수권과 각료임면권 등을 갖고 국가수반으로 집권하게 된다.

내과의사 출신인 알 자파리는 1960년대 말 시아파 정당인 다와 당(黨)에 가입해 정계에 입문했다. 1970년대 사담 후세인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가 1980년 이란으로 망명했으며, 이후 이란과 영국 등지를 떠돌면서 반후세인 투쟁을 벌여왔다. 2003년 후세인이 축출된 뒤 귀국해 시아파 정치지도자로 부상했고, 지난해 1월 총선에서 과도정부 총리가 됐다.

새 총리가 결정됨으로써 다수파인 시아파와 쿠르드족, 수니파 간 정부구성 협상이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알 자파리는 이슬람 강경파에다 미국에 반대하는 친이란계 인사여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가 집권할 경우 수니파는 물론, 소수민족인 쿠르드족과 시아파 내 온건 집단들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쿠르드족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시아파 내 온건 정치인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알자파리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UIA가 권력을 행사하려면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