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의 희망으로 불리던 ‘발칸의 간디’ 이브라힘 루고바 코소보 대통령이 21일 폐암으로 숨졌다. 61세. 그의 사망으로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세르비아 정부와 코소보 알바니아계 지도자간 회담이 2월 초로 연기되는 등 발칸반도 평화협상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코소보 인구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바니아계 지도자인 루고바 대통령은 1990년대 코소보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단행한 신유고연방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상대로 비폭력 평화운동을 주도해온 온건파다. 2001년 선거에서 알바니아계 무장세력을 누르고 초대 대통령에 선출돼 지금까지 재임해 왔다.

루고바가 코소보 알바니아계의 대표성을 획득함으로써 무장투쟁에 대한 지지는 점점 낮아졌고 그는 발칸지역에 평화를 가져온 공로로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했다. 국제사회 역시 그의 비폭력 대화노선을 지지하며 협상을 통한 코소보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어왔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넥스하트 다시 코소보 의회 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지도력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그의 사망으로 코소보가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알바니아계 주민과 세르비아계 주민간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루고바 대통령의 사망은 알바니아계 주민들에게 독립에 대한 좌절감을 안겨 무장투쟁 노선으로의 선회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소보는 1999년 이후 유엔이 행정을 관할하고 나토 평화유지군이 치안을 유지하는 준독립 상태이며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자치는 허용할 수 있지만 독립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