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 정부가 환율관리를 위해 발행하는 외환시장안정용국채(환시채) 잔액이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8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급등락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실탄’을 충분히 비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책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없이 무작정 운용규모만 늘려놓는 환율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예상되는 환시채 잔액은 79조1000억원으로 2005년 말(67조1000억원)에 비해 12조원(17.9%)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올해 책정한 환시채 순발행(발행-차환발행) 한도는 ▲원화 11조원 ▲외화 10억달러(약1조원) 등 모두 12조원이다. 환시채 잔액은 2001년만해도 13조9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 5년만에 6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환시채 잔액이 국가채무(278조3000억원 추정)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8.4%에 달해 2005년(27.1%)에 비해 1.3%포인트, 2001년(11.4%)과 비교하면 17.0%포인트나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비용’이 들어가고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환시채 발행을 통해 조성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손실규모는 2001년~2004년 4년간 12조원이 넘는 실정. 환율방어를 위해 사들인 미 달러화가 환율하락으로 환차손이 발생했거나 환시채 조달금리보다 한국은행에 예치한 달러의 운용금리가 낮아 역마진이 발생한 결과다.

특히 무리한 개입의 이면에는 내수부문의 희생을 동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화 매입을 통해 환율이 상승(원화가치하락)하면 수입재화가격상승→내수부문의 비용증가→실질구매력 약화→내수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태균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올해 환시채 발행규모는 시장안정비용으로 충분하다”고 전제하고 “정책비용은 다소 들어가지만 경제전체로 보면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환율 급변동에 대비한 미세조정은 불가피하지만 환율의 방향성까지 거스를 수 있는무리한 개입은 결과적으로 시장을 멍들게 하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