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最古)은행인 ‘조흥은행’의 명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가 30일 통합은행의 이름을 ‘신한은행’으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108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조흥은행의 간판은 내려지게 됐다.

조흥은행은 지난 1897년 일본계 자본으로부터 조선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뜻있는 고위관료와 실업계 인사들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한성은행(사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3년 민족계 은행인 경상합동은행과 동일은행 인수를 계기로 ‘조선(朝)을 일으킨다(興)’는 취지 아래 조흥은행으로 행명을 바꿨다.

광복이후 조흥은행은 증시상장(1956년), 민영화(57년) 등을 거쳐 66년에는 총예금 160억원을 돌파해 국내 은행업계의 정상에 올랐다. 지난 95년에는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 최고(最古)은행·법인이라는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조흥은행은 그러나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 편취 사건(1982년), 영동개발진흥 어음부정 지급보증사고(1983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됐다. 위기를 잘 넘기는가 싶더니 외환위기 파고를 만나 97년 2월 한보사태, 3월 삼미그룹 도산, 7월 기아그룹 부도 등 잇단 악재로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 그해 12월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조흥은행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2000년 들어 잠시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주거래기업인 쌍용양회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2차 은행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난 2003년 9월5일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기에 이르렀다.

김상훈기자 s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