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해 정치권은 국정원 불법도청 파문, 대연정 논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사립학교법 강행처리 등이 이어지며 여야간 대치가 계속되는 경색국면의 연속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파격적인 화법으로 화제의 발언들을 쏟아냈고, 여야 정치권 역시 쉴 새 없는 말다툼 공방을 벌이며 을유년 정국을 장식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월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해 정국에 거센 충격파를 던졌다.

그는 “2선 후퇴나 임기단축을 통해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며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과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박근혜 대표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스토커”, “중층자아병”이라며 냉랭한 반응이었고, 여당에서도 “대통령이 신이냐”, “어떻게 한나라당과 정치를 함께하느냐” 등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8월 노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부동산투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발언과 함께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어 이해찬 총리는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암”이라고 말했고, 김병준 정책실장도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제도를 만들겠다”고 거들었다.

안기부의 불법도청팀인 ‘미림팀’의 불법도청 테이프를 둘러싼 파문 역시 한동안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고 별일이 다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건강악화로 입원하자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盧) 대통령이 노(老) 대통령을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진 재·보궐선거는 여당에는 악몽과도 같았다. 4월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해장국처럼 국민의 속을 확 풀어주는 정치를 하겠다”던 문희상 당시 의장은 “태풍이 올 때는 납작 엎드려 있는게 최선이고, 까불다가는 쓰나미에 휩쓸려간다”며 잇따른 참패에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심 이반에 따른 민주당과의 통합론 논의는 여당 내에서 찬성파와 반대파를 빗댄 ‘난닝구 대(對) 빽바지’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유전개발 의혹과 행담도 사건 등 정부 고위인사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도 빠지지 않고 터져 나왔다. 유전개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되기도 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진실의 편에 있는 자가 결국은 승리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노 대통령은 “밥을 먹어도 힘이 안 난다”며 낙담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둘러싸고 파행국회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전교조의 손에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는 없다”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연내에 내년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안 등을 처리해야 하는 여당은 “폭설은 하늘이 내려준 명분”이라며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김남석기자 nam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