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올초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하자 “해일에 휩쓸려 가는 장수를 붙잡으려고 허우적거리다가 놓쳐버린 것 같은 심정”(3월8일, 대국민서신)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참여정부의 외교기조인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미국사람보다 더 친미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내겐 더 힘들다”(4월 17일 터키 순방중 교민간담회)는 탄식도 내놓았다. 이후 과연 누가 ‘친미적 인사’인지를 두고 일대 논란이 벌어졌다.

7월초 대국민서신을 통해 처음 밝힌 연정론에 대한 여론과 야당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노 대통령은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겠다”(8월 25일 국민과의 대화), “2선 후퇴나 임기단축을 해서라도”(8월 31일 여당의원 간담회) 같은 충격적인 표현으로 발언 수위를 높여갔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 서신,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을 통해서도 논란이 될만한 말들을 양산했는데 특히 황우석 서울대 교수 파문과 관련 “MBC기사도 짜증나지만 MBC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보니 더 우려된다(11월 27일 청와대 홈페이지)”는 글은 네티즌들의 엄청난 찬반 양론을 불러왔다. 청와대 인사들의 발언도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대통령은 21세기, 국민은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8월 26일 라디오인터뷰), “50대 이상의 레드 콤플렉스가 심하다”(11월 2일, 국제구제금융(IMF)특강)는 조기숙 홍보수석의 잇단 발언은 그 진의와는 상관없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역시 지난 8월 청와대 브리핑에서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책임감, 결단, 역사의식, 성찰,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으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일개 비서관 주제에 주제넘는다”고 반발하자 다시 “야당 총재 비판하려면 박사학위 소지자 등 자격제한 둬야 하나”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한술 더 떠 박 대표를 겨냥, “사람이 될뻔하다가 다시 여우가 됐다”(11월 9일 경북도당 초청강연)는 식으로 빗대 논란이 일었다.

이해찬 총리의 입심도 화려했다. 수도권 발전 문제를 놓고 손학규 경기지사와 사사건건 신경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손학규 경기지사는 정치적으로 나보다 한참 하수”(5월 20일 기자간담회)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손 지사측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또 8·31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투기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9월 6일 국무회의), “이제 귀신이 아니면 부동산 투기는 어려울 것”(10월 6일 서울대 조찬강연)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이 총리 자신은 대부도 땅투기 논란에 시달려야 했으며 급기야 “아파트 청약통장 한번 만들어 본적 없다”(9월 15일 건설포럼 특강)고 결백을 호소했으나 이미 여론으로부터 숱한 뭇매를 맞고 난 뒤였다.

양성욱기자 feel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