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는 2005년 ‘올해의 인물’로 한국의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선정했다. ‘올해의 인물’은 문화일보가 올 한해 동안 매주 토요일자 문화일보 2면에 발표한 총 47명의 ‘금주의 인물’중에서 문화일보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집단 우울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던 2005년 한해였지만 중간 중간 ‘짜릿함’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은 ‘축구’가 아니었나 싶다.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이 그랬고, 박지성·이영표의 축구 본고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한국축구를 되살려 놓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출현이 그것이다.

2005년 우리를 기분좋게(?) 울리고 웃긴 ‘축구’, 특히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은 2006년의 희망 뉴스 1호이기도 하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005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을 통해 축구 강국으로 거듭났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06독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것. 월드컵 본선 6회 연속진출은 세계 9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독일로 가는 여정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먼저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가까스로 관문을 통과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아시아 최약체 몰디브와 원정경기에서 최악의 졸전 끝에 비기고 레바논 원정에서도 무승부에 그쳐 자칫 최종 예선에도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태극호의 2005년 출발은 좋았다. 2월9일 민족 최대 명절 설에 ‘2002한·일월드컵 성지’ 상암벌에서 치른 최종 예선 1차전에서 이동국, 이영표의 연속골로 쿠웨이트를 2-0으로 꺾어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곧바로 시련이 닥쳐왔다. 3월25일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원정에서 충격의 0-2 패배를 당해 다시 위기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한국은 홈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고 지난 6월 ‘죽음의 원정 2연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뒤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해 본선행을 확정했다.

‘축구 천재’ 박주영은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려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행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열매를 따냈지만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불러왔다. 무기력해진 축구대표팀과 전술부재가 원인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축구대표팀은 달라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한 후 10월과 11월 평가전에서 강호 이란,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상대로 2승1무를 거뒀다. 무엇보다 대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2002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던 바로 그팀으로….

한국은 12월10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실시된 본선 조 추첨에서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같은 조에 배정받아 비교적 괜찮은 조편성이 됐다. 1차적 목표인 16강 진출 희망이 높아진 것.

2005년 온 국민의 ‘엔돌핀 1호’였던 축구,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은 새해 희망 첫번째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