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지난 1994년 그가 태평양 상공 비행기내에서 야구공과 글러브를 만지작거리며 얼마나 설레고 가슴졸였을까를 가끔 생각해봤다.

미국 프로야구에 뿌리내린지 11년이 된 그를 새삼스레 세밑에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라서기보다, 굳이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6월 5일 기록)의 금자탑을 쌓아서라기보다, ‘부활피칭’으로 한국인의 끈질긴 저력을 세계에 떨쳤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올해 자신의 야구인생 전부의 축소판을 보여주듯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가도 다시 살아나 4년만에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12승 8패, 방어율은 5.74. 통산전적은 106승 80패(4.33).

대부분 박찬호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 LA다저스시절 18승(10패·방어율 3.27)을 피크로 그는 5년 연속(97~2001년) 두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04년까지 10승을 넘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 파워는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기교’를 익혔고, 최근 결혼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인 경험에서 우러나는 야구의 ‘깊이’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김윤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