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해 동안 최홍만(25·218㎝·160㎏)을 지켜본 이들은 링 위에서 펼쳐지는 그의 테크노골리앗춤을 보며 흥분했다. 존폐의 갈림길에 선 민속씨름-자신에게 닥쳐오는 씨름중단의 위기…. 급기야 ‘천하장사’출신 최홍만은 지난해 말 씨름판을 떠나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종격투기 K-1 진출을 선언했다. 그리고 걱정과 기대를 한몸에 안고 처녀출전한 3월 19일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

최홍만은 1차전에서 일본 스모 출신 와카쇼요를 1라운드에 KO로 누른 것을 시작으로, 준결승에서 역시 스모 출신 아케보노를 1라운드에 TKO로 셧아웃시키며 대망의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최는 지난해 서울대회 우승자이자 ‘무에타이의 고수’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마저 연장 판정승으로 꺾고, 데뷔 첫해 챔피언벨트를 매는 쾌거를 이룩했다.

최홍만의 격투기 진출을 염려했던 사람들은 놀랐지만, 그의 승리행진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6월 일본 히로시마대회에서 최홍만이 프로레슬러 출신 톰 하워드의 머리를 감싼 채 통렬한 니킥 한방을 터뜨려 TV화면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승리한 장면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파이널대회 때 디펜딩챔피언 레미 본야스키에게 패한 것까지 포함해 7전 6승 1패.

그러나 최홍만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맞아보고, 패하는 법도 배우기 시작했으나, 그야말로 이제 시작이다. 격투기계에서 그를 시기하며 밀어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부족한 실력을 갈고 닦아 이겨나가는 방법만이 살 길이다.

김윤림기자 bes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