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핵심고리로 여겨지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좀처럼 교착국면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98년말 통상 관계장관 및 민간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FTA협상논의를 시작했고 2003년 10월 정부간 협상을 시작, 지난해 11월 제6차 회담까지 가진 상태다. 그러나 일본측이 농산물 개방을 놓고 무역액 기준 50~60%, 품목수 기준 10% 정도의 낮은 수준의 개방을 주장하면서 회담은 9개월째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타 분야에 비해 한국보다 경쟁력이 뒤처지는 농산물 분야에 대해 개방 폭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이후 양국은 협상 재개와 조속한 타결을 위해 실무자 차원의 접촉을 갖고 있으나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FTA를 타결한다는 당초 목표는 사실상 이루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사실상의 ‘협상중단’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블록화돼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틀 안에서 양국이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선 FTA가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외교통상부 FTA지역교섭과 박태영 서기관은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볼 때 FTA는 한·일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라며 “특히 한·중·일 동반자 관계 구축과 동아시아 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FTA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한국의 제3위 수출국이자 제1위의 수입국이다. 일본은 또 한국의 제3위 교역 상대국이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투자액을 한국에 가져오고 있는 주요 투자국이다.

한국은 특히 지난 2002년 151억 달러, 2003년 172억 달러, 2004년 217억 달러등 최근 3년 동안 대일 수출액을 크게 늘려오고 있다. 여기에 FTA까지 체결된다면 양국이 얻을 경제적 효과는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지난해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일간 FTA가 체결되면 우리측이 입을 경제 효과에 대해 고용 창출 22만3000여명, 외국인직접투자 30억달러 증가, 국내총생산(GDP) 1.22%포인트 증가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FTA 타결로 인해 대일 수지 적자폭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산업의 구조조정이나 ‘규모의 경제’ 극대화, 한·일 양국의 정치적 유대강화, 서비스 산업의 효율성 제고 등을 감안하면 한·일간 FTA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혀줄 만한 큰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본의 방어적 자세에다 역사교과서, 독도문제 등 경제 외적 요인들까지 겹쳐 FTA 협상은 중단상태에 있고, 그만큼 한·일 양국은 아시아 경제의 패권다툼에서 아세안이나 중국보다 더딘 걸음을 내딛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실리를 위해서나 명실상부한 ‘동반자적 관계’를 위해서나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