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일제 압제에서 해방된 지 60주년을 맞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친일잔재 청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 탓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친일 청산에 대한 우리 내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국적없는 애국선열들= 2005년 8월 현재 정치권에서는 단재 신채호, 부재 이상설 선생 등 무국적 애국선열에 대해 우리나라 국적을 되찾아주는 ‘국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제 하에서 호적 등재를 거부하거나 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이유로 해방 이후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무국적 상태로 남은 애국선열은 300여명 안팎에 달한다.

‘봉오동 전투’로 잘 알려진 홍범도 장군 역시 우리 국적이 아닌 러시아 사람으로 남아 있는 실정.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독립유공자 후손임에도 조상의 국적이 없어 유족에게 주어지는 예우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조상 명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친일명단 공개=일제 치하에서 친일행위를 저지른 친일파 명단과 그 행적에 대한 공개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민족문제연구소 및 친일인명사전편찬위는 오는 29일 국내에서 활동한 4000여명의 친일파 명단을 1차 공개한다. 광복 이후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올해에야 처음으로 친일행적이 집대성되는 셈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일제식민지 민족반역행위자 708명의 명단이 발표됐지만, 문화·예술·학술·관료·경제 등 각 분야를 망라해 민간인까지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 측은 내년 중으로 해외에서 활동한 친일파 4000여명의 명단도 2차로 발표할 예정이다.

◈생활 곳곳의 일제 잔재들=문화부문의 일제 잔재들도 여전히 생활 곳곳에 깊숙히 똬리를 틀고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퐁당퐁당’,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등의 귀에 익숙한 노래들은 알고 보면 가사만 고쳤을 뿐, 일본 동요를 그대로 부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논개를 비롯한 72점의 정부지정 표준 영정들 가운데 22%가 친일화가들의 작품이라는 점도 뿌리깊게 드리운 친일의 그림자를 돌아보게 한다.

최근 문화재청은 경남 통영의 ‘통영 해저터널’을 가칭 ‘통영 태합굴 해저터널’로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예고했다 뒤늦게 태합굴이란 대목을 삭제키로 했다. 태합이라는 말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존칭에서 유래했다는 시민들의 반발 때문. 문화재 행정마저 친일잔재 청산에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김남석기자 namdol@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