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의학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은 큰 차이가 있다. 서양은 인체를 해체적으로 분석해왔다. 동양은 장부, 경락 등 여러 계통을 통해 총체적으로 인체를 보아왔다.

분석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체는 엄청난 세포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1초 동안에 약 50만개의 세포가 몸 속에서 생성과 동시에 사멸되며, 뼈의 조직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운 조직으로 바뀌어 7년마다 한번씩 몸 전체 모든 뼈가 새로 바뀐다고 한다. 인체의 변화는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세포들이 생멸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어떤 바탕이 있기에 세포들이 끊임없이 생멸하면서도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조직들이 무너져 가고 새로운 조직들이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그 ‘틀거리’는 무엇인가?

주변의 다른 세포 없이 여러 세포가 생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포들이 모여 더 큰 조직을 이루고, 기관과 장부를 이룬다. 이런 곳곳의 무수한 관계, 세포와 세포, 기관과 기관, 오장과 육부의 ‘모든 관계’, 이것을 포괄한 큰 울타리를 일러 ‘몸’이라고 부른다. 모든 생리작용들은 일단 몸에서 일어난다.

여기서 몸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분이 좋으면 몸 속에 엔도르핀이 나온다. 기분이 나빠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며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혈압이 올라간다. 말하자면 수많은 세포와 조직, 기관과 장부 등으로 구성된 ‘몸’은 끊임없이 ‘정신작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정신작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의 몸과 정신은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밥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타인과 만나고 온갖 감정을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살아서 움직이는 ‘생활(生活)’이다.

‘세포-조직-기관-장부-몸/정신-생활’이라고 하는 범주로 우리는 사람을 분석할 수 있는데, 여기에선 오른 쪽에 있는 큰 부분이 작은 부분들을 압도해 간다. 일주일동안 산해진미를 가지고 몸의 영양사태를 충분히 높여놓아도, 한순간 과도히 흥분하여 이성을 잃으면 온갖 세포들이 순간 혼란스럽게 된다. 에너지를 과도히 태우고 이에따라 열이 나서, 두통이 오고 목이 뻣뻣해진다. 산해진미가 건강하게 소화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생활 속에는 세포와 조직은 물론, 몸과 정신이 다 녹아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건강한 생활은 건강을, 병든 생활은 질병을 불러온다.” 건강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살필 것은 세포가 아니라 생활의 건강이다. 생활을 건강하게 하는 양생(養生)이 동의보감에서도 첫 목차임을 상기해보자.

이런 관점에서 몸과 정신을 함께 다루는 치료법이 바로 침(鍼)이다. 침법의 효과는 몸의 모든 흐름을 조절하고 정신작용까지 안정시킨다는 뜻의 ‘조기치신(調氣治神)’인 것이다. 그 다음이 장부를 다루는 약(藥)이다.

어쨌든 큰 반경에서 기강을 잡으면 작은 것들은 일사불란하게 정렬되는 것이 세상과 인간사의 공통의 법칙인 것처럼 생활의 건강함을 바로잡음으로써 심신의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차서메디칼한의원 원장 hshine@bangh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