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욱 자세한 증상유형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다. 즉 현재의 1형, 2형 당뇨의 구분보다 더 세분화된 분류, 그리고 그 구분을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이 인체의 생리 원칙에 정확히 일치할 때 구체적인 유형별로 각기 다른 치료법을 구사하는 방법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뇨의 증상유형에 따른 구분 기준에 어떠한 개념을 도입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한의학적 관점을 살펴보기 위해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머리가 아픈 ‘두통’과 옆구리가 아픈 ‘협통’, ‘피부건조증’, ‘식욕’이 떨어지고 발이 차가운 증상, ‘변비’…. 만일 한 사람이 이 많은 증상을 치료하자면 병원의 여러 과를 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맥진, 복진, 문진 등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증상의 유형은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될 수 있다. 장부(臟腑)상으로 살펴보면 ‘대장의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대장은 소화된 음식물 중 수분을 흡수하고 알맞은 상태의 변을 배설한다. 대장 이상으로 오는 변비 중 위에 열거한 여러 증상을 한꺼번에 동반하는 유형이 있다.

자 하나하나 설명해보자. 한의학은 자연의 원리를 들어 설명한다. 왜냐하면 인체도 자연이기 때문이다. 변비가 생기면 인체의 하수구가 막힌 것과 같아서 통기(通氣)가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위로 맑지 않은 화기(火氣)가 치솟아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또 대장의 기능이 막히면 복강 내부 순환이 떨어지면서 적취(積聚)라고 하는 뭉침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소화에 장애를 주며, 또한 협통이 생기는 원인을 제공한다. 대장은 진액(津液)을 저장하며 이 저장된 진액이 피부를 촉촉히 윤기 있게 만드는데, 진액대사에 장애를 받으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또 대변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신장에 영향을 줘 하초 쪽으로 혈액순환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을 유발한다.

이렇게 증상의 유형을 분석하는 방법은 인체의 장부와 여러 기능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이런 관점으로 인체를 해석하는 것을 장상학(臟象學)이라고 한다. 이에 근거하면, 어떤 증상도 홀로 나타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나의 증상만이 나타날 수 있겠는가? 온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기능도 서로 공조하면서 유지되는 것인데…. 즉 여러 증상은 일련의 계통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증상들의 계통을 잡았다면 그 계통을 통해서 치료로 나아갈 수 있는가?

장부와 직통으로 연락하며 치료에 나아갈 수 있는 체계가 있는데, 이 체계가 바로 ‘경락(經絡)’이라는 체계이다. 경락은 앞서 설명한 일련의 계통성을 갖는 증상들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한차례의 치료로 일련의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락은 인체 표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수술이나 약물 주입 없이 인체 내부로 직통, 제반 기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은 증상의 유형을 구분하는 계통과 그 계통이 치료법으로 구체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 편에서 당뇨의 증상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차서메디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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