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맥아더장군이 49세에 얻은 아이를 위해 썼다는 ‘아버지의 기도’를 보면, 초보 부모들은 두렵기까지 하다.

“…약할 때에 자신을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용기, 정직한 패배 앞에 당당하고 태연하며, 승리의 때에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 돼달라…”는 그 기도문은 얼마나 완벽한 고백이며 요구인가. 그러나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면, 그처럼 어려운 길을 ‘어떻게 아이에게 강요하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명망있는 교육학자 한 분은 “정성들인 육아일기를 쓰다보면, 나중에 아이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말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고 말했다. 또 “용은 개천에서 나게 돼 있다. 큰 나무밑에서 더 큰 나무가 자라기 힘들 듯이 세계적인 위인의 자녀가 더 명망이 높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 교수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좋은 부모의 의미는 참으로 넓고도 막연한 셈이다.

‘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각각 민족사관학교, 이우학교, 유치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인 필자가 쓴 글이다.

필자는 전원생활 10년간 별다른 사교육은 없었지만 문화와 예술활동을 만끽했으며, 큰아들 보광을 민족사관고에 보내고 여러 고민끝에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또 편지를 쓰다보니 자신의 지나온 삶이 반성된다는 소회도 곁들였다. 혹여 사교육없이 어떻게 민족사관고에 보냈을까라는 의문에 책을 본다면 그 노하우는 전혀 없다.

가령 이 책은 여름방학을 보내는 큰아들에게 ‘놀땐 놀더라도 할 것 해야지’라고 고함을 지르고, 아들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맞고함을 지른 일. ‘부모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자식의 불만에 깜짝 놀라며 자신의 일관성 없음을 반성했다는 것부터 엄마가 읽은 책, 시, 영화 등의 감회와 가족간의 관계까지 속삭이듯 쓰여 있다.

엄마의 글이 대개 감동적이거나 교훈이 될만한 글과 인용문 중심이라면 오히려 놀라운 것은 아들이 보내온 편지와 사진들이다. 민족사관고생이 상징하듯 공부가 뛰어난 이 아들은 사진과 글쓰기도 가히 수준급이다.

자신의 생활과 가족, 미래를 촘촘히 고민하고 날로 성숙해가는 느낌이 확연하다. 이래서 후생가외(後生可畏)라 하지 않던가. 이인표기자 l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