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타들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방송국도 많고, 프로그램도 많은데 여기 저기 나와서 똑같은 이야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매번 오늘은 나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얼마나 고민이 되겠는가. 실제로도 방송 전 구성이나 대본을 위해 출연할 스타들을 미리 인터뷰하는 경우, 이런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묘하게도, 연예인이 되기 전부터 인생 자체가 방송용(?)인 것처럼, 살아온 것이 토크쇼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자체가 에피소드인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김제동 아닐까 싶다.

워낙 말재간이 좋고 재치가 있긴 하지만, 김제동만큼 살아온 인생과 주변인들이 기본적으로 방송에서 할 말 많게 생생히 도와주는(?) 스타도 흔하지 않을 듯 싶다.

김제동의 조카가 6세 때 있었던 일. 조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김제동은 삼촌이 사주겠다면서 가지고 싶은 것이 없느냐 물었고, 조카는 텔레토비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간만에 조카에게 삼촌 노릇 톡톡히 하겠다는 심정으로 큰 맘먹고 완구점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텔레토비를 샀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선물을 풀어 본 조카는 감동은커녕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울다 못해 통곡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어 우는 아이를 한참동안 달랜 후, 간신히 이유를 물었더니 조카가 하는 말. “이것만 사오면 어떡해? 텔레토비는 뚜비, 나나, 뽀, 보라, 돌이. 이렇게 다섯인데 왜 네 개밖에 없어? 돌이는 왜 안 사왔냔 말이야”

김제동은 방송에서 어머니와 누나들 이야기를 자주 한다. 특히나 김제동의 어머니는 말 한 마디로 아들을 놀라게 하시는 이른바 촌철살인의 귀재이시다.

김제동은 어머니와 누나들과 함께 둘러앉아 동양화 감상, 두 글자로 화투를 친다고 한다. 그 핑계로 져드리는 척하면서 어머니 용돈도 드리고 하는데, 하루는 이상하게도 지려고 해도 자꾸만 이겨서 어머니만 돈을 계속 잃게 되었다. 돈을 많이 잃게 되자 갑자기 화가 나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신 말씀! “니는 자식도 아니다!”

김제동이 2003년 방송연예대상에서 상을 받았을 때의 일. 아들이 상을 받자 너무도 기쁘셨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셨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면서 울음을 터트리며 아들에게 한참동안 축하해주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던진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고 한다. “고생 많았다. 근데 그 트로피 순금이더냐?”

이 외에도 남동생과 똑같이 생겼단 말에 가출을 감행했다는 넷째누나 이야기, 시골에서 함께 자란 어린 시절 친구들 이야기까지. 김제동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참 웃다가도 가끔은 가슴 한 쪽에 뭔가 저릿해지는 뭉클함이 뒷맛으로 남는다.

멋진 외모는 아니어도 인간적인 친근함과 따뜻함,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는 그만의 재치있는 말솜씨가 그의 매력인데, 그게 아마도 이런 인간적인 유머와 따뜻함을 가진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자라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