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 마을 하나가 초토화되는 동안 군용헬기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바그너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다리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끈질기게 계속되는 전투는 마치 불꽃놀이 같다. 캘리포니아 출신 서핑보이 랜스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디즈니랜드? 젠장, 이게 디즈니랜드보다 훨씬 낫네.”

대중문화속에 전쟁은 때로는 음악처럼, 때로는 오락처럼 녹아 있다. 어디 영화뿐이랴. 랩이나 가바 테크노(Gabba Techno) 같은 음악에서는 전쟁과 테러의 메시지가 춤과 함께 흐느적거린다. 만화에서는 가짜 피가 흐를 뿐이며, 비디오게임에서 디지털화된 가상의 적(敵)은 화소로 분해된다.

이처럼 전쟁이 대중문화요, 대중문화가 전쟁이 된 채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책은 바로 대중문화 속에 파고든 전쟁이 실제 전쟁터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간파한다.

독일에서 좌파 지식인으로 왕성한 언론활동을 벌이고 있는 두 저자는 베트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뉴욕 등 실제 전쟁터였거나 또는 전쟁의 씨앗이 되었던 곳을 탐방하며 르포르타주 형식을 빌려 ‘대중문화 속의 전쟁’의 속성과 실체를 밝혔다.

책은 ‘지옥의 묵시록’에서부터 ‘람보’에 이르기까지 영화속에서 그려진 베트남 전쟁을 분석한다. 살해한 베트남 사람을 앉혀놓고 파티를 하는 미군들(플래툰), 전쟁과 영화의 착각속에 “이봐, 카메라 켜 여긴 베트남이야, 이건 영화야”라고 외치는 해군병사(풀 메탈 재킷) 등 할리우드화해버린 전장의 이미지를 경고한다.

9·11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뉴욕. 또 하나의 대중문화가 되어버린 뉴스는 연일 세계를 전장으로 만들어 나간다. CNN 헤드라인은 한발한발 전쟁으로 다가간다. ‘공격을 받고 있는 미국(America Under Attack)’ ‘새로운 전쟁(New War)’ ‘테러에 대한 전쟁(War on Terrorism)’, 마지막으로 그들은 ‘테러와의 전쟁(War Against Terror)’이라 명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런 대중문화는 ‘전쟁 공장(정부·권력층)’에 의해 조작·왜곡되기도 한다. 이미 그들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값비싼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보다 전쟁을 반대하는 내부의 적이 그들에게 훨씬 위협적이라는 것을. 송명희 옮김.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