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을 적극 방어하는 쪽으로 자세를 전환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1000원선이 지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함께 0.3원 떨어진 1000원으로 출발, 999원대로 하락했다가 이내 1000원선을 회복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외환당국은 9일 지속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1001원선을 방어한데 이어 10일 환율이 989원까지 급락하자 무려 20억달러 이상 사들이며 1000선을 지켜냈다.

외환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이후 달러 매수를 꺼리던 입장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중 과도한 파생거래에 대한 국회의 질타와 함께 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금리 상승 등이 시장 개입을 주저하게끔 작용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10일 “합리적인 선을 넘어 시장의 정상적인 규칙(Rule)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투기세력이 개입하거나 외생적 요인이 작용해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은측은 원·달러 환율을 일방적 하락으로 몰고 간 세력을 역외 모델펀드로 지목하고 있다. 모델펀드란 미 달러화와 원화, 엔화, 대만 달러 등을 연동시켜 놓고 일정한 가격에 이르면 자동적으로 달러를 사고 파는데, 달러 약세에 베팅한 자금이 계속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수 재경부 차관보는 “올 환시채 발행분 7조원 가운데 차환분을 제외한 5조원을 활용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실탄 규모까지 공개하고 나서 당분간 환율 하락세를 강력 차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투기세력 근절에 나섰다”며 반기고 정부가 나선 이상 1000원선이 지켜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이틀 강도 높은 시장 개입 이후 어설프게 물러설 경우 투기심리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환율 방어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 약세 추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실탄을 통한 독자적인 개입에 앞서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한·일 당국 개입으로 원화와 엔화 강세가 제한되더라도 ‘유로강세-달러약세’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로를 팔고 원화와 엔화를 매수하는 투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며 “환율 상승 저지를 합의했던 플라자 합의처럼 국제 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문성웅기자 sw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