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은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오락을 하며 녹화나 생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요즘 대기실 풍경을 들여다보면, 연예인 중 열에 아홉은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자서 또는 동료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는가 하면, 친한 연예인들과 전화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섭외나 잡지 인터뷰를 전화로 대신하고 있기도 하며, 구석에서 몰래 애인인 듯 추정되는 누군가와 다정한 통화를 즐기기도 한다.

불규칙하고 바쁜데다 사생활 보장이 어려운 직업 때문인지, 연예인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휴대전화를 잘 활용하면서 산다. 연예인들은 두 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통화하는 공(公)적인 전화, 다른 하나는 친한 친구나 가족들에게만 번호를 가르쳐준 사(私)적인 전화이다.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덕분에 이제는 휴대전화를 두 개나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지만, 요즘도 두 개씩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연예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휴대전화. 이 때문에 우리의 스타들에게도 사건이 터지기 마련이다.

독특한 목소리와 가창력의 가수 자두. 솔직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연예인 중에서도 인간관계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이런 인간관계 덕분에 자두의 휴대전화 속에는 온갖 잘 나가는 연예인들의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는데, 자두가 그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만 것.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잃어버린 곳도 알 수 없었다. 속상했지만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동료 연예인들에게 자꾸만 이상한 장난 전화가 걸려온다는 불평이 들려왔다. 게다가 묘한 것이 자신과 친한 거의 모든 연예인들에게 장난 전화가 걸려오는데 유독 자신에게만 장난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자두는 후환이 두려워 차마 자신이 전화번호가 잔뜩 저장된 전화기를 잃어버렸다고 말도 못하고, 자수도 하지 못한 채 한동안 광명(?)을 찾지 못하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 대표 꽃미남 중의 하나인 탤런트 강동원. 휴대전화가 울리자 여느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은 강동원. 워낙 친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이런 저런 안부까지 묻자, 차마 미안해서 누군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한참 통화를 하고 끊었다고 한다. 누굴까 궁금했지만 아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하며 잊어버리고 있는데, 그 다음날 또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온 것. 그 뒤로도 몇 번이나 통화를 했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상대방이 누군지 물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점점 문제는 계속 심각해져 갔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었고, 누군지 물어보려 하면 나중에 다시 전화 하겠다고 끊어버리는 것. 결국 각오를 하고 전화를 받자 마자 미안하지만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알려달라고 요청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절친한 사이처럼 전화를 했던 그 사람은 다름아닌 그저 단순히 강동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팬의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허탈하고도 어이없는, 하지만 연예인 본인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