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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댄 친미나 턱없는 반미 모두 안된다.‘진짜 미국’을 전하고 싶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책을 쓴 동기다.

미국은 한국으로서 떼놓을 수 없는 현실적 존재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 뿐만 아니라 경제·문화적으로도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미국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미국은 우리 공동체는 물론 개개 존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미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놈 촘스키 등 미국학계 변방의 좌파 지식인들과 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무시무시한 권력을 행사하는 네오콘(Neocon)들의 창구를 이용할 것인가.

저자는 무엇보다 우선 미국 역사와의 대화를 권한다. 불과 200년 안팎의 짧은 역사지만 문명과 야만, 보수와 진보, 인권과 억압으로 나뉘어 싸워야만 했던 미국인들의 피 그리고 땀을 찾는 것에서 미국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정치부 기자로 20여년간 경륜을 쌓은 저자가 2003년 1년간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로 생활하면서 미국역사를 좇아 발품을 팔아 쌓은 현장기록서다. 단순한 에세이류나 역사학도의 논문성 리포트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그 역사의 첫장은 남북전쟁이다. 저자는 당시(1864년) 펜실베이니아주의 인구 2000명에 불과한 작은마을이었던 게티스버그(Gettysburg)를 찾는다. 3일 동안 5만명이 사망하는 치열한 전투끝에 북군 승리의 전기를 마련했던 곳. 이곳에서 저자는 통합을 위한 미국인의 ‘집념’과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는 ‘포용’을 읽어 내려간다.

KKK단의 기원이었으며 흑인인권 운동의 출발점이 된 테네시주의 풀라스키(Pulaski). 링컨 대통령 등 백인의 영웅상과 백인에 저항한 인디언의 영웅상이 있는 사우스 다코타주의 블랙 힐스(Black hills)에서는 좌절과 긍지가 공존하는 미국을 소개한다.

1905년 한국의 식민지화를 앞당겼던 러·일의 포츠머스 강화조약 현장,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한제국이 유일하게 외국에 설치했던 워싱턴의 공사관 등 미국역사내 숨겨진 한국의 흔적을 읽는 것도 기자인 저자가 선물하는 재미다.

이렇듯 저자가 소개한 미국역사의 현장을 좇아가다보면 ‘지나갔지만 여전히 숨쉬고 있는’ 지금의 미국과 만날수 있다.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