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노환으로 타계한 고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빗발치던 제5공화국 정권 말기에 전두환 정권과의 타협을 전제로 한 ‘조건부 내각제개헌’ 방안인 ‘이민우 구상’을 제안, 정국을 요동치게 한 인물이다.

1985년 2월 창당 1개월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제1야당으로 부상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의 총재였던 이 전 총재는 지난 86년 12월 24일 서울 삼양동 자택에서 ▲언론자유보장▲구속자 석방▲사면복권▲국회의원선거법 개정▲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주화 7개 조건을 내걸고 이를 선행하면 내각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반발해 김대중·김영삼계 국회의원 74명이 집단 탈당하여 통일민주당을 창당했고,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잔류의원들의 탈퇴가 잇따라 신민당은 사실상 와해됐다.

191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명치대 법학과를 졸업, 1948년 청주시의회 부의장을 시작으로 정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제4·5대 민의원, 신민당 원내 부총무 및 제7대 국회의원(1960), 제9·10대 국회의원, 신민당 원내총무(1973), 국회부의장(1976), 12대 국회의원(1985)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지난 4개월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유희연기자 m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