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부터 병역 비리에 연루된 8개 구단의 선수들이 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다.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한 선수들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경찰청 로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필자는 측은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개를 숙인 선수들에게 야속하게도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진다. 선수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유혹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처음부터 반성하는 모습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취조하는 수사관들은 야구선수들이 이렇게 순진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곤 한다. 조사를 받은 선수들은 크게 4가지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 누구의 소개를 받았는지, 얼마를 전달했는지, 누구를 소개했는지 등이다. 선수들은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 이래서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

어느 어린 선수는 취조 중에 깜빡 졸았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본 수사관은 그 선수가 눈을 붙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단다. 잘못을 저지른 행위로 조사를 받지만 순순히 수사에 협조하는 그 어린 선수가 너무 측은했을 것이다. 일반 범죄자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갖은 핑계를 갖다대며 강하게 부인하다가 물증을 코앞에 갖다대면 마지못해 실토하는 분위기에 익숙한 수사관들에게 야구 밖에 모르는 순진한 선수들은 의외였을 것이다.

12일 경찰청은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50여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루된 이번 병역 비리의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 것이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대학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지난 선수들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해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팀의 주력 선수들이 불려갈 확률이 높다. 어차피 오랜 기간 치료되지 않았던 곪은 부위이니 만큼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해야 된다.

다만 수사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건 수사가 빨리 종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이유는 경찰 수사가 종료되더라도 검찰과 병무청의 후속 조치, 그리고 법원의 판결 등이 남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공범자나 방조자의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야구인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이것이 위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iTV 해설위원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