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경제학을 전공한 국내 몇 안되는 경제학자인 김정동(48)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확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교수는 4일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파느냐 못파느냐는 보험사와 은행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가 경제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자동차보험의 방카슈랑스 판매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김교수는 “원래 방카슈랑스를 도입한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이익, 보험사의 신규시장 개척, 은행의 수익성 개선 등 세가지를 겨냥했다”며 “그러나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는 은행의 이익만 올려줄 뿐 금융소비자와 보험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는 보험료인데, 방카슈랑스가 확대된다고 보험료가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들었다. 보험사와 은행 고객에 대해 우위에 서있는 은행이 굳이 보험료를 낮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금융소비자가 보험에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설계사가 찾아오고 전화,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은행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은행은 보험사를 소유해도 보험사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현행 법으로는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금융 업종간 장벽을 허무는 것이 세계 금융의 흐름이지만, 이런 추세를 서둘러 밟을 경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보험사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방카슈랑스 확대로 몇개 손해보험사들이 문을 닫으면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며 “더욱이 영세한 자동차보험 대리점과 설계사들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는 것 역시 실업문제를 야기시켜 국민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