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자체가 워낙 연극적이어서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최용훈(사진)씨는 ‘불 좀 꺼주세요’에 대해 “자기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했다. 특히 우리 연극의 ‘고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한번 그 진가를 인정받아 연극계의 고정 레퍼토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작품이 ‘야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성적인 코드가 많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같은 장면은 결국 주인공들이 제도나 관습을 뛰어넘어 본인이 추구하는 삶에 다가간다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사실, 작품 자체의 큰 주제는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이같은 주제를 성적 본능을 드러내는 장면들로 보다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

―여러번 공연된 만큼 예전과 다른 해석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작품 자체의 구조가 워낙 탄탄해 바꾸려면 완전히 틀을 다 바꿀 수밖에 없다. 한두 군데 손본다고 새로운 작품 해석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단, 원작에 충실하되 템포를 좀 빨리 가져가려고 한다.

―연기자들에게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나.

“연기자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너무 연출의도를 강조하면 연기자들을 구속하게 된다. 일단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 맡은 역에 따라 연습하다가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색깔을 맞춰나가는 편이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인 최씨는 대학시절 ‘서강 연극회’에서 활동하다 86년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연극에 뜻을 둔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한국영화의 사극 분야에서 대들보 역할을 했던 최인현 영화감독이 그의 부친이다. 아버지의 촬영현장을 따라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영화 연출’에 뜻을 뒀다는 그는 중학교 때 연극을 한 편 본 이후 그 ‘현장성’에 감동, ‘연극 연출’로 마음을 바꿨다. 데뷔 이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비롯,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으며, 외부 연출 작업과 퍼포먼스, 뮤지컬까지 다양한 무대 감각을 펼쳐온 몇 안되는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영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