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한국 동양사학계의 1세대로 꼽히는 역사학자 고병익 전 서울대 총장이 19일 오후 3시45분 별세했다. 80세.

평생 역사학자로 살아온 고인은 지난 6개월여동안의 투병생활에서도 마지막 저서인 ‘동아시아문화전통에 관한 연구’의 서문을 병실에서 마무리한 뒤 눈을 감았다. 병상에서 탈고한 고인의 마지막 책은 조만간 소화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1924년 3월5일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도쿄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52년 한국전쟁 와중에 피란지 부산에서 역사학회를 창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56년 서독 뮌헨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58년부터 62년까지 연세대와 동국대 교수를 거쳐 62년 이후 79년까지 17년동안 서울대 교수로 봉직했다.

격동의 시기였던 79년 서울대 총장에 임명돼 이듬해인 80년 6월까지 재직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탄압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거셌던 당시 고인은 학생들의 시위를 막지 않았으며, 때론 차량편의까지 제공해주기도 했다. 총장직에서 물러난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거쳐 82년부터 91년까지 한림대 교수로 봉직했다. 이밖에도 도산서원 원장과 방송위원회 위원장, 한ㆍ일21세기위원장, 민족문화추진회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등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오랜 강단생활을 해오며 ‘아시아의 역사상’‘동아교섭사의 연구’‘동아사의 전통’‘동아시아의 전통과 근대사’‘동아시아의 전통과 변용’ 등 많은 논저를 남겼고 이같은 공로로 학술원 저작상과 위암상, 금관문화훈장 및 용제학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윤환(배성기연실업 상무), 차남 문환(현대증권 부장), 장녀 혜령(국사편찬위원회 교육연구관) 차녀 재령, 사위 방배식(배성기연실업 대표), 조동진(일건종합건축사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영안실 2호. 발인은 22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이다. 02-760-2011

전영선기자 azul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