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인들이 저지른 죄(?)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내란죄, 간첩죄가 없나, 국가보안법, 대통령 긴급조치, 계엄포고령 위반, 심지어 도로교통법 위반에 경범죄까지, 다 합하면 고스란히 형사 판례집이 될 만하다.

고 조태일 시인은 ROTC 장교 출신이다. 1979년 5월3일 새벽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자기 집 장독대에 올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어느 놈에게 맞아죽을지 모르니까 박정희는 정치 잘해” 이건 그를 신고한 이웃집 주민의 증언이다.

“어느 놈한테 맞아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노량진경찰서 대공과에 잡혀간 당자의 증언이다. 결과는 구류 20일. 신성한 대한민국 법정은 시인의 말보다 오가작통제(?)에 길들여져 있던 이웃집 주민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했다.

송기원은 억세게 징역복(?)이 많은 작가다. 80년 5월,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배를 받는다.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리자, 그를 잡으러 경기도 화성경찰서에서 다소 촌스러운 형사가 상경한다. 그는 이미 화성에 살던 소설가 이문구의 집을 자주 들락거리던 송기원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그렇지만 서울이 좀 넓은가. 그는 친구 이시영의 집앞에서 진을 치다시피하면서 송을 기다렸지만 허탕.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며 남영동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막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눈앞에 나타난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는 꿈속에서도 오매불망 기다리던 바로 그, 송기원이었던 것.

덕분에 송은 감옥 절창 두 수를 얻는다.

“이렇게 많은 꽃들이/ 그들 몰래/ 피어 있다니!”(‘꽃밭을 지나며’ 전문)

“저렇게 많은 꽃들이/ 그들에게 들켜/ 시들어 버리다니!”(‘다시 꽃밭을 지나며’ 전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명단을 보면 차라리 징그럽다. 강태형, 김명인(평), 김명환(평), 김사인, 김영현, 김이구, 김정환(시), 김준태, 김진경, 도종환, 송기원, 오봉옥, 유시춘, 이승철, 임규찬, 정도상, 황지우….

착하디 착한 도종환 시인이 교직에서 해고되고 또 전과자까지 된 사연이야 시대 탓이거니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감옥에서 제자를 만난 사연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아직 학교에 다니던 80년도에 ‘반파쇼민주학우선언’이라는 거창한 유인물을 뿌려, 이 땅에 존재하는 정권이 그때만 해도 낯선 언어였던 ‘파쇼’ 정권임을 부각시킨 공로가 지대하다. 덕분에 그는 꽤 오랜 기간 징역을 산다.

그러나 징역 인연으로 말하자면 젊은 이사진 중에서 시인 김정환을 빼놓기 어렵다. 그는 긴급조치 시대에 이미 징역, 강제 징집 등 거칠 것은 다 거친 전과자였는데, 80년대에도 기어이 또 현저동 문턱을 넘고 말았다. 그가 70년대 공주교도소에서 단식투쟁을 할 때의 전설―다른 이들은 다 물이라도 마셔가면서 하는데, 고집이 센 데다 그때만 해도 어리숙하던 그는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다 거부하는 단식을 해서 교도관들의 애를 태웠다.

이래도 아직 감옥을 채울 문인들은 꽤 많이 남았다. 하회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