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명백백한 한국영토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일본 영토 다케시마(竹島)를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아예 고유영토라고 부른 것은 1962년부터다. 일본령 다케시마가 한국에 불법으로 점령당하고 있으므로 되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몇몇 역사학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인이 보수계의 선동으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 총리까지 나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영유권 주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의 일본은 한·일 관계를 고려해 총리나 장관 등 책임 있는 요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렇다고 일본의 독도 영토권 주장에 가장 중요한 역사적, 국제법적인 하자가 치유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본의 시민사회와 함께 독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여기에 있다.

일본은 현재 한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도 영유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이들 영유권분쟁은 메이지(明治)정부 수립 이후 1세기 이상 지속된 일본의 영토확장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 분쟁지역은 모두 일본의 고유영토와는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메이지 정부 이후 일본은 이들 지역 중 해양의 국경지대에 있는 작은 섬에 대해서는 일방적 편입조치를 취했고, 무력으로 조약체결을 강요했다. 때로는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945년 연합국의 대반격으로 일본의 영토는 메이지 초기 시점의 범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실제로 패전이후 포츠담 선언에 입각하여 영토분리가 이행된 곳은 대만, 중국(만주), 한국(한반도) 등 독립의 의지가 강했거나, 주권의 실체가 분명한 지역에 한정되었다. 그렇지 않았던 지역은 일본영토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류큐(현 오키나와), 아이누모시리, 오가사하라섬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과 분쟁지역인 일본북변 국경지대(북변 4개섬), 독도, 조어도에 대해서는 메이지 정부 설립 이후에 편입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애매하게 처리됐다. 그 주범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조약이다. 미·소진영에 의한 냉전이라는 국제질서 속에서 체결된 샌프란시스코조약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의 공산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일본의 입장을 두둔한 결과이다.

원칙적으로 샌프란시스코조약은 포츠담 선언의 규정에 의거하여 영토조항을 설정하여 이를 이행하도록 했어야 했다. 결국 국제법의 원칙을 무시한 연합국측의 정치적인 담판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영유권분쟁을 야기했던 것이다.

전후 일본의 영토인식에는 연합국에 의해서 메이지 이후 꾸준히 확장한 영토를 박탈당했다고 하는 피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분쟁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영토화 정책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류큐, 아이누모시리의 홋카이도(北海道), 오가사하라도를 확보했고, 또 북변 4개섬, 독도, 조어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위까지 확보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칙적으로 영토분쟁은 국제법에 의해서 해결되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조약이 그러했듯이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정치적인 타협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때 국제법은 정치적 타협의 대략적인 기준으로만 그 역할을 마치게 된다. 독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전방위적으로 전개됐다. 우선 과제는 한국의 고유영토를 입증하는 역사성을 왜곡해석하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본영토로서의 역사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해 정기적으로 통고하여 독도를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음을 주장해왔다.

독도영유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여 영유권 회복에 유리한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세계대백과사전, 세계지도 및 지리, 관광책자 등을 통하여 일본영토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왔다. 이렇게 하여 일본령 다케시마가 국제사회의 인식으로 공론화되면, 최종적으로는 공공연히 다케시마 회복을 위한 조치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정책에 한국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단호한 대처다. 지난 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경제지원을 대가로 독도 ‘평화선’을 철수한 뒤,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독도 문제에 양보로 일관한 것은 큰 문제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역사성 왜곡에 대응해 역사가들이 나서야 하고,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과 국제법적 근거 확보 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계대백과사전, 세계지도 및 지리, 관광책자 등을 통한 일본의 홍보에는 온 국민이 나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독도를 실효적으로 점유하는 것을 넘어 독도와 주변 해역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축적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다수 일본인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대부분의 일본인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믿는 것은 일본 내 우익의 선동에 정부가 동조하고, 일반 국민이 넘어간 결과다. 그럼에도 양심적인 몇몇 역사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문제가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일본 사회 내부의 변화다. 일본인 대다수의 인식을 바꿀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일본인에게 전파해야 할 필요는 여기에 있다. 이런 노력 없이 민족 감정으로 맞서는 것은 반한 감정을 부추겨 이들의 입장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없지 않다.

다행히도 한국과 일본 시민 사회의 교류가 넓고 깊으며, 기성세대와는 의식이 다른 젊은 세대가 일본 사회의 만만찮은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일본 내 우익의 발호만 해도 이들의 성장으로 인한 위기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가 독도 문제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북아 공존에 필수적인 한·일의 평화를 이룩하는 관건은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우익의 선동과 민족 감정의 충돌을 넘어 얼마나 교류하고 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최장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