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예계 유행어의 산실은 단연 드라마였다. 상반기 SBS ‘올인’과 MBC ‘옥탑방고양이’, 하반기에는 MBC ‘다모(사진)’를 시작으로 MBC‘대장금’, SBS ‘완전한 사랑’ 등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목이나 명대사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가진 것을 다 건다’는 의미의 카지노 용어 ‘올인’을 비롯해 원작인 동명 인터넷소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옥탑방 고양이’,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등의 명대사를 쏟아낸 ‘다모’ 등은 인터넷 검색어의 수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극중 인물의 생사여탈권과 줄거리까지 관여하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드라마 소비방식이 연일 화제를 낳으며 각종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다모’에 몰두해 ‘폐인’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다모폐인’들이 대표적이다.

열성적 팬문화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다모폐인은 ‘하오체’대화를 유행시키며 인터넷 역사신문 ‘한성 좌포청 신보’를 제작했다. 이어 ‘완전한 사랑’의 팬들은 ‘완사신문’을 오프라인으로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 50%의 벽을 훌쩍 뛰어넘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대장금’에서는 어린 장금이의 천진한 대사(‘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어찌 홍시라 했느냐 물으시면…’)나 정상궁이 한상궁에게 남긴 말 (‘약하다 생각하면 동산도 태산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강하다 생각하면 돌풍도 한낱 스치는 바람일 뿐이야’) 등 다양한 명대사가 회자됐다.

또 ‘노상궁’(노무현대통령) ‘강장금’(강금실 장관)등의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극중 줄거리를 정치상황에 빗대어 읽는 ‘대장금 달리보기’도 유행했다.

최근 몇년새 ‘개그콘서트’로 활력을 되찾은 코미디계에서는 MBC‘코미디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에서 열연중인 정준하가 ‘편견을 버려’ ‘두번 죽이는 거야’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바보 신드롬’에 불을 지폈다.

한편 영화에서는 사투리가 유행어의 진원지로 자리잡았다. 사투리가 준주인공 역할을 한 ‘선생 김봉두’‘똥개’‘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등에 이어 탈역사적 상상력으로 삼국시대를 무대삼은 영화 ‘황산벌’은 맥락에 따라 수십가지 뜻으로 변용되는 ‘거시기’열풍을 이끌어냈다.

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뒤집은 대사(‘호랑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지는 거여’)는 명패러디의 반열에 올랐다.

이밖에 미제로 남아있는 화성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형사 송강호가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한 박해일을 향해 던진 한마디 ‘밥은 먹고 다니냐’를 비롯해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등 명대사를 낳았다.

‘스캔들’의 대사 ‘통하였느냐’는 남녀상열지사뿐 아니라 정치자금·뇌물 수수 등 사회적 이슈에도 중의적인 뜻으로 활용되며 올해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이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