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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죽이는 정체불명 포자와의 싸움

이영희 기자
이영희 기자
  • 입력 2003-08-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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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의 백분의 일이 줄어든다면 쏟아내는 독도 백분의 일이 될까.…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한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학산문화사에서 10권으로 완결·사진)는 위와 같은 은밀한 독백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자들이 지구로 떨어지고 이들은 사람들의 귀와 코 등을 통해 들어가 인간의 뇌를 점령한다. 이들이 바로 기생수(寄生獸)다. 이들의 임무는 바로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인간이라는 종의 수를 줄이는 것. 즉, 인간을 죽이는 것이다.

주인공 신이치의 몸에도 기생수가 들어온다. 그러나 기생수가 침입하던 도중 신이치가 잠에서 깨는 바람에 기생수는 신이치의 뇌를 장악하지 못하고 신이치의 오른쪽 팔에 기생해 살게 된다. 이 기생수의 이름은 미키. 이렇게 하여 기생수와 인간의 기묘한 공생이 시작된다.

신이치는 그의 뇌가 아직 인간의 것이라는 이유로 다른 기생수들의 표적이 된다. 결국 신이치는 어머니의 뇌를 장악한 기생수에게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신이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미키는 신이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생수들에게서 인간을 구하려는 신이치의 의지와 인간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려는 미키의 의지. 정반대로 행하는 두 존재의 의지는 서로 부닥치지만 결국 조금씩 서로의 세계와 생각을 배워가면서 공생의 관계로 접어들게 된다.



처음엔 그저 끔찍한 공상만화 정도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기생수’는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이 자연 속의 수많은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지는 철학적인 만화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어떤 공상과학(SF)물보다 흥미진진하고 신이치와 미키가 서로를 구박하며 길들여가는 과정은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지난 95년 완결된 이 작품은 최근 애장판으로 다시 출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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