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과 빛’

21일 오후 6시50분부터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린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 개막식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대구의 기간 산업인 섬유와 첨단 IT 기술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기발한 상상력이나 허를 찌르는 듯한 의외성은 적었지만 고급스럽고 화려한 분위기로 행사 내내 6만 관중을 사로잡았다.

첫 순서로 선보인 ‘빛의 샘’은 푸른 그라운드 위에 영험한 빛의 우물이 만들어져 대구와 U대회를 비추게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색 의상의 출연자들이 형상화한 우물에서 이번 대회 마스코트 ‘드리미’가 등장해 환영의 인사를 전하며 식은 고조됐다. 인류 문명이 시작되기 전 푸른 생명들의 활동을 상징화한 ‘여명’은 수십만개의 초록빛 풍선을 하늘로 날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대구 시립 국악단의 이자연씨의 가야금 선율에 맞춰 살풀이 춤과 부채춤 등으로 구성된 비단길’은 한국적인 감수성을 표현해내기 부족함이 없었다. 북에 LCD 액정 화면을 삽입해 세계 각국의 깃발과 여러 형체를 표현한 ‘생명길’ 등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 U대회 주제가 ‘함께 내일로’를 부른 소녀 가수 보아의 출연도 주목받았다.

역시 빛을 십분 이용한 관중석의 정교한 카드섹션도 눈길을 끌었다. 본부석 맞은편 여러 빛깔의 플래시로 만들어진 ‘We ♡ You’(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시시각각 다른 문장이나, 한반도기, 태극마크로 전환되는 광경은 6만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이벤트는 역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한 남북한 선수단이었다. 대다수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도구들을 흔들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영선기자 azul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