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원나이트 스탠드’를 하게 된 두 남녀. 이른 아침,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누워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허둥지둥 민망해 어쩔줄을 모른다. 그러고는 아침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의 어색하기 그지없는 대화. 눈치챘나? 여기는 두 청춘의 사랑이 한창 피어오르고 있는 바로 그 ‘옥탑방’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동거를 다룬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 ‘내 집으로 와요’(도서출판 대원에서 7권으로 완결·사진)도 비슷하게 시작된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낸 대학생 미키오와 다섯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아야. 다음날 다시 만난 자리에서 아야는 데이트를 신청해도 될까 우물쭈물하고 있는 미키오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내 집으로 와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 푹 빠져 ‘동거, 그거 재밌네. 나도 한번?’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내 집으로 와요’를 한번 봐 주어야 한다. 이쪽 이야기는 ‘옥탑방’에 비해 알콩달콩한 재미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그럴듯하다.

예를 들어보자. 옥탑방의 정은과 경민은 ‘함께 살지만, 잠은 따로 자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관계다. 게다가 경민에게는 여자친구까지 있다. 미키오와 아야는? 같은 침대를 쓰고 같은 욕실을 쓰며 차츰 사랑을 키워가는 사이. 상대방이 밤새 일한다고 불을 켜 놓으면 혼자 살던 때의 자유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홀로 집에 남겨지면 왠지 마음이 허전함을 느끼며 차츰 ‘같이 사는 것’에 적응해간다.

추측이지만 ‘옥탑방’ 두 사람의 동거는 결국 ‘사랑을 확인한 두사람, 결혼하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 보수적인 TV 속에서 ‘함께 살기까지’ 했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 내 집으로 와요’의 두 사람은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그리고 서로에게 그 스트레스를 퍼부으면서 두 사람은 차츰 지쳐간다. ‘일상을 지나치게 공유하는 것’은 자칫 무르익지 못한 사랑을 짓눌러 버릴 수도 있다. 더욱이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옥탑방’에선 말이다.

/ misqu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