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마술사의 세계에 이제 막 한발 들여놓은 이응관(20·서울 송파구 가락2동)씨. 키 1m72의 보통 체구. 볼살이 포동포동한 귀여운 외모. 그러나 자기 생각을 말할 때는 눈빛이 야무지다. “카드마술의 세계 1인자 제프 맥브라이드를 아시나요. 그도 환상적인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남몰래 피나게 연습했을 겁니다.”서울 수서디딤돌학교를 오는 8월에 졸업하는 그는 요즘 서울 중구 을지로5가에 있는 한 마술단체의 연습실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 그곳에는 화려한 마술무대와 대비되는 초라한 연습실이 기다리고 있다.

새장에 갇힌 비둘기가 날개를 푸드덕 대고 모자, 지팡이, 카드, 스카프 등 소품들이 어지럽게 널린 20평 남짓한 공간. 그가 프로마술사의 꿈을 키우는 수련장이다. 공연이 없는 날이면 그는 이곳에서 종일 연습에 몰두한다. 무대위 마술실력은 현실속 연습에서 흘린 땀과 비례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고교를 중퇴하고 엄청 방황했죠. 제가 수서디딤돌학교와 마술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여전히 헤매는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태권도 공인4단인 그는 체육고교진학에 실패한 뒤 공부와 운동 모두에 흥미를 잃었다. 고교를 2년간 두군데 다녔지만 모두 한학기를 넘기지 못했다. “관심없는 과목을 배우며 하루종일 학교에 앉아 있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했어요. 미래의 내 모습도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2000년 5월 두번째 고교를 중퇴한뒤 가스배달원, 비디오숍 점원, 주점 웨이터 등을 전전했다. 암흑같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2000년 12월 교회에서 마술공연을 보고 흥미가 생겨 독학하기 시작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거의 같은 시기에 도시형 대안학교인 수서디딤돌학교에서 입학을 권하는 전화가 왔다. 마침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던 부모님도 승낙하셔서 2001년 3월 1기생으로 입학했다.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해주시는 선생님, 마음이 통하는 급우들을 만나며 삶의 활기를 되찾았어요.”

처음에는 친구에게 자랑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여름 대안학교측이 소개해준 안양청소년수련관 마술학교에서 석달간 현장 인턴교육을 받은후 마술공연에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한민국 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쇼핑센터, 청소년회관 등에서 마술공연을 하는 것외에 서울 서초구 A중학교 특활시간에 주 1회씩 마술강의도 하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형님이라는 기분으로 마술을 가르쳐줍니다. 마술발표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기를 잘 표현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가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힙합 등 춤을 추면서 진행하는 색깔바꾸기 마술에 자신있다는 그는 오는 15일에 열리는 전국 마술대회에 입상해 내달말 네덜란드 세계대회 참관티켓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검정고시도 합격했지만 대학은 내게 의미가 없어요. 마술아카데미와 마술카페를 차려 후배를 가르치고 공연도 하는게 20년후의 내 모습일 겁니다.”〈끝〉

이진우기자 j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