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하자학교 학생들의 멘토(mentor·자원봉사교사)를 맡고 있는 토털리스트(광고 등을 찍을 때 모델의 머리, 메이크업, 패션과 주변 배경을 모두 책임지고 만드는 사람) 김도희(45·SCENE 대표)씨는 요즘 ‘가르치는 즐거움’을 깊이 맛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1년 우연히 하자 작업장학교 학생들의 발표회를 참관하고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흥분감에 휩싸였다. 작품들에서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파격적이고 신선한 발상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멘토가 되기로 마음먹은 김씨의 첫 ‘제자’는 고교 자퇴생 로우(여·본명 최정숙·20). 김씨 회사에서 로우는 지난해 9월부터 석달 동안 현장실습 교육을 받았다. 로우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회사로 출근해 헤어, 메이크업, 패션 등 토털리스트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고 제작과정에도 참여했다. 로우는 현장실습교육 기간중 소품준비, 심부름 등 밑바닥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밤샘작업까지 기꺼이 견뎌낼 만큼 열정을 보였다.

중국 현지드라마 준비, 히딩크 감독이 출연하는 CF제작 등에도 참여하고 TV오락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로우는 3개월간 접해본 ‘토털리스트’일이 자신의 평생의 업으로 맞는지를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김씨는 “생각이 많은 아이인만큼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 일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로우가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안학교 학생들을 ‘문제아’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한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사회가 변하는 속도보다 앞서 나가는 선구자적인 친구들이며 앞서 나가는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교육이 문제”라고 말했다.

더많은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최근 사무실을 넓은 곳으로 옮긴 김씨는 “더 많은 현장전문가가 멘토가 돼 대안학교 학생들을 이끌어준다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신선종기자 han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