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일제시대에 지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내 방공호를 철거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전시(戰時)기념관이나 박물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경희궁 3차 복원계획에 따라 올상반기중 방공호를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아픈 역사도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계획을 수정했다”며 “한 나라의 왕궁이 훼손되고 군사시설로 유린되는 과정을 후손들에게 보여주는 교육의 장으로 남기기 위해서 전시기념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방공호 공사에 동원됐던 사람들을 면담하는 등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5월 중으로 학술용역을 발주해 방공호의 철거여부를 최종 결정지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또 당시 학생 노역에 동원됐던 경성중(현 서울고) 학생 최준희(75)씨의 증언을 청취한 결과 경희궁 방공호는 1943년말쯤 조선총독부 체신부 직원들과 학생들을 동원, 짓기 시작했던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씨는 전쟁시 통신시설로 이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방공호가 기념관으로 조성될 경우 인접한 서울역사박물관과 연계, 경희궁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모형과 일제시대 유물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경희궁 방공호는 경희궁 동북쪽 왕과 왕비의 침전(寢殿)이던 융복전(隆福殿), 회상전(會祥殿)터에 자리잡고 있으며 길이 120ｍ, 폭 40ｍ의 터널로 옛 기상청쪽으로 연결돼 있다. 방공호 내부높이가 20ｍ, 벽과 천장의 두께가 약 3ｍ에 달하며 10평 남짓한 방이 10개 가량 있는 대형 벙커다. 일제가 궁터에 방공호를 지은 이유는 왕기(王氣)를 콘크리트로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