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에 나선 실종자 가족 4명의 사연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신태형(35·회사원)씨는 이번 참사에서 하나밖에 없는 형 상효(40·울산시 신정동)씨를 잃었다. 상효씨는 영남대 병원에서 장기투병중인 아내의 병원비 중간정산과 퇴원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야근을 마친 뒤 대구로 올라와 1080호 전동차에 몸을 실었다. 울산의 환경업체에 근무했던 상효씨의 월수입은 평균 100만원.

사랑하는 아내와 두딸(은혜·12·초등학교6년, 미혜·11·초등학교5년)과 오순도순 살아가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입이기에 상효씨는 늘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고 그 흔한 휴대전화조차 갖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검소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실종자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대상에 포함될 수 없는 실정이다.

신씨는 “이번 도보행진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늘 이용할 만큼 검소했던 형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형수가 또 다시 정신적 충격을 받을까 참변소식도 최근에야 알렸다”고 말했다.

도보단의 막내격인 전은영(23·계명대 영문과3년 휴학)씨와 이은숙(31·주부)씨는 이모·조카사이로, 실종된 이순자(48)씨는 전씨의 어머니다. 집안에서 큰딸인 이씨는 어머니(69)가 남동생(39)의 아이를 돌봐주러 집을 비운 사이 혼자 계신 아버지(71)의 말벗노릇을 하러 가던중 변을 당했다. 이씨는 그나마 사고당시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확인돼 실종자 인정을 받게 됐지만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전씨는 고아신세가 됐다.

신진석(33·자영업)씨도 누나 신명희(41·교보생명 생활설계사)씨를 잃었다. 명희씨는 사고당일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에 있는 교보생명 교육장에서 사내연수를 받기 위해 율하역에서 1080호에 탑승했다 참변을 당했다. 명희씨는 전동차안에서 통화중이던 친구(41)에게 “연기가 들어온다. 앞이 캄캄해 보이질 않는다. 숨쉴 수가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랑하는 남편(44)과 두 아이 곁을 영원히 떠났다.

대구〓한강우기자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