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PD가 얘기하긴 너무 부끄러워 입을 열지 못했던 방송 에피소드를 필자에게 털어놓았다. 케이블TV 음악채널 KMTV 제작본부장 이기진PD. ‘GOD의 100일간의 휴먼콘서트’ 총연출을 맡아 우리나라 그룹가수 콘서트문화를 정착시킨 이PD는 주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스타PD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SBS TV에서 ‘자니윤 쇼’ ‘이주일 쇼’ ‘인기가요 20’ ‘슈퍼모델 선발대회’ 등 프로를 연출하다가 방송국을 그만뒀다. 2000년 외주제작 토크프로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1년 동안 리포터로 출연하던 그는 어느 날 주부 팬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봉투를 뜯어보니 1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이 있었다. 이PD는 깜짝 놀라 편지를 읽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옷이 날개다’라는 속담을 ‘옷이 좋으면 사람이 한층 돋보인다’고 풀이해놓았더군요. 그 뜻을 알고 계실지 모르나 이PD님이 좀더 돋보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보내는 성의입니다. 기분 언짢아하지 마시고 받아주었으면….” 한마디로 스타PD의 패션감각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는 주부팬의 ‘질책(?)’이었다. 그 편지를 읽고 이PD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랐다고 실토했다. “그 주부님이 ‘한선교…’에 나온 저를 보았대요. 그런데 꾀죄죄한 옷을 입고 나와 방송하는 제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면서 의상 구입에 보태달라고 그 돈을 보낸 거예요.” 봉투 주소를 보니 그 팬은 전남 담양군에 사는 농촌주부였다. 이PD는 그날 정중하게 감사하다는 인사가 담긴 답장을 수표 2장,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보냈다.

“며칠 후 전화를 받았는데 수표를 보낸 바로 그 주부였어요. 나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는 팬이라더군요. 92년 ‘자니윤 쇼’를 연출할 때 공개녹화장인 서울 한남동 비바아트홀에 구경왔던 방청객이래요. 그 주부는 매주 녹화 날 지방에서 열차를 타고 올라와 구경하고 간 제 열성 팬이었죠.” 전화 통화를 하며 그 주부의 얼굴이 기억났다고 한다. ‘자니윤 쇼’ PD였을 당시 그는 스태프에게 지시를 내리려 스튜디오를 돌아다니곤 했다. 녹화장에는 자주 마주치는 낯익은 방청객이 많았다. 그 중에 “고생하시는데 이거나 받으세요”하고 여러 번 담배를 선물한 방청객이 있었는데, 바로 그 주부였던 것이다.

“매주 화요일 연예가 소식을 취재해 전해주는 ‘한선교…’는 주부들이 많이 보는 토크 프로예요. 톱스타들의 사건을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밤새우는 날이 많죠. 그래서 생방송에 정장을 하지 못하고 나가는 적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제 오래 된 주부 팬이 옷이나 사 입으라고 돈을 보내주었으니 얼마나 창피한 일입니까 허허허….”그는 “팬의 질책에 힘입어 올해 방송가 베스트 드레서PD로 거듭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신일하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