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안대방’이 미국에서 애 엄마가 되었다고?” 지난주 필자의 칼럼을 본 KBS TV의 모PD가 이처럼 물어왔다. 하지만 ‘안대방’이 누구인지 몰라 가만히 듣고 있었더니 그 PD는 안소영을 방송가에서 부르는 호칭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가슴 큰 여자. 즉 ‘커다란 유방’을 한자로 대방(大房)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역대 ‘애마 스타’ 가운데 36인치로, 제일 큰 가슴을 가진 글래머 스타에 어울리는 별칭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제일 어울리는 타이틀은 역시 ‘초대 애마스타’가 아닐까. 영화 ‘애마부인’으로 일약 섹스 심벌 스타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에로티시즘의 화신처럼 인기가 치솟으며 ‘애마부인’이 대박을 터뜨리자 1982년에 ‘산딸기’ 등 무려 6편의 영화 주연을 맡아, 한해 최다 출연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애마스타’ 안소영이 ‘승마 좋아하는 부인’이라기보다 ‘대마초 좋아하는 부인’으로 ‘기록’에 남게된 사연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녀가 일반에게 익숙한 ‘애마부인(愛馬夫人)’이 아니라 실제로는 ‘애마부인(愛麻夫人)’으로 공식 등록되게 된 충무로의 비화를 소개한다.

1981년 2월의 어느 날. 당시 문화공보부는 서울 광화문의 중앙청 별관에 있었다. 영화제작을 신청하는 곳은 예술 2과인데 계단에서 Y영화사 L전무와 마주쳤다. 그는 반기며 필자의 손목을 잡고 휴게실로 가자고 했다. “영화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라고 안 받아줘. 과장한테 부탁 좀 해줄 수 없을까?” “어떻게 정했는데…” “이거야.” 그가 내민 신청서류를 보니 감독 정인엽, ‘애마부인(愛馬夫人)’으로 적혀있었다. 조수비씨 소설 ‘애마부인(愛馬夫人)’의 원작 사용 승인서를 첨부했지만 영화담당 직원이 70년대 구미에서 히트한 ‘에마누엘부인’ 부류의 영화 같아 제목을 바꾸지 않으면 받아줄 수 없다며 완강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과장을 만났지만 헛일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겠느냐”며 통사정을 하자 “글자를 고쳐 신청하면…”하고 부하와 상의해 보라는 거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L전무가 ‘말 마(馬)’자를 ‘삼 마(麻)’자로 고쳐도 될지 물었다. 담당이 고개를 끄덕여 그순간 영화 ‘애마부인(愛麻夫人)’으로 둔갑하였다.

“그거 괜찮을까? 애마(愛麻)면 대마초를 좋아한다는 뜻인데.” 복도로 나온 필자가 정색을 하며 묻자 “포스터와 스크린 자막엔 한글로 쓸 건데 뭘”하며 담담하게 헤어진 L전무의 얼굴표정이 생각난다. 인간의 시각 차이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 건가. ‘애마(愛麻)’의 의미를 뻔히 알며 영화담당이 받아주다니 그 의문은 나중에 풀렸다.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장면을 영화에 표현했다가는 감독은 당장 구속감이다. 그러니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일단 승인을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말썽이라도 생기면 “우리(문공부)가 심의해 준 것과 다르다”고 오리발을 내밀겠다는 심산으로 말이다.

80년대는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행정으로, ‘애마스타’ 안소영이 ‘대마초 좋아하는 부인’으로 통할뻔한 해프닝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신일하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