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 유일한 한방종합병원인 자인한방병원. 이 병원의 류은경(40) 원장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점심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일쑤다.

하지만 류원장이 아무리 바빠도 놓치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 있다. 바로 매주 목요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자선병원인 요셉의원에 들러 행려병자와 무의탁 연고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하는 것. 자선단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이 병원의 자원봉사 의료진중 류원장이 유일한 한의사다. 지난 2000년 봄부터 시작한 일이니 벌써 3년이 돼가는 일이다.

“자선병원에서 무료진료를 해주다 보면 마음이 너무나 편해집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남을 돕겠다는 소명감없인 견디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 뜻있는 지인들과 힘을 모아 의료법인을 세우고 자인병원을 개원한 류원장은 얼마전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모두 70명인 자인병원 직원들의 월급중 매달 1%를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으며, 병원 수익의 1%를 함께 기탁한다는 약정이었다.

11층 규모의 중형병원인 만큼 초기 설립 비용이 만만치 않게 부담스런 형편이지만 류원장은 흔쾌히 결정을 내렸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운영하기도 편한 개인 한의원대신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의료법인을 세웠다.

“아직은 부끄러운 금액이지만, 병원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것은 꾸준히 기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류원장의 전공은 재활의학. 특히 중풍을 맞은 뒤 고생하는 노인환자들이 많다. 노인환자들의 특성상 사정이 딱한 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사업자 등록증을 제출한 자인병원에서 그런 환자들에게 무료진료를 베푼다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대신 류원장은 복지시설등에 수용돼 있는 불우이웃에 대한 무료진료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에 마땅한 봉사대상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상태다. 류원장이 이처럼 남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엔 같은 병원에서 정형외과를 담당하고 있는 남편 김병헌씨의 ‘외조’덕이 크다. 남편 역시 자선병원 무료진료에 동참하고 있다.

“제가 가진 ‘의료기술’이라는 작은 재능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봉사하고 싶습니다.” 아픈 세상을 치료하기 위해 금전적으로나 재능으로나 적극적으로 나눔을 펼치고 있는 류원장의 소박한 바람이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