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쯤 서울 명동 입구에서는 10여명의 고적대가 연주하는 캐럴 ‘북치는 소년’과 구세군의 종소리가 함께 울려퍼지고 있었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모이면 우리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거리가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탤런트 김현수(24). 산타 복장을 한 채 서있는 그의 얼굴은 추위에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그의 곁에는 꼬마 모델 심혜원(5)이 신나게 종을 흔들고 있었다. 이들 주변에는 금세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구경만 할 뿐 선뜻 자선냄비에 손을 내미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현수가 직접 행인들의 손을 이끌기 시작했다.

“아저씨, 집에 있는 자녀분들을 한번만 생각하세요. 아줌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특유의 미소와 애교가 동원되자 흐뭇한 표정으로 꼬깃꼬깃 지폐를 꺼내는 사람들. ‘미소자매’로 통하는 김현수와 심혜원이 이날 구세군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은 앨범 ‘모두 착해져랏’의 재킷 모델로 나섰던 인연 때문. 앨범 콘셉트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착하게 살자’이다보니 모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했다. 안건식 구세군 홍보부장은 “평소 현수양이 구세군 활동에 관심이 있다며 먼저 제의해와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두 사람의 자원봉사는 어떤 재물보다도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데뷔 7년째인 김현수의 별명은 두 가지. CF덕에 얻은 ‘하이마트 걸’과 워낙 유순해서 붙여진 ‘바른생활 처녀’가 그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남을 돕기 때문. 일일 구세군으로 거리에 나섰던 이날 오전에도 경기도 일산의 한 백화점 사인회에 참석해 받은 출연료를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뒤 명동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

김현수는 무료의료봉사 단체인 ‘열린의사회’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까지 영화 ‘휘파람공주’의 주연을 맡아 빡빡한 촬영일정에 시달려왔다. 또 내년 1월4일부터 시작되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리허설 준비에 밤을 새울 정도로 바쁜 상황. 그러나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조금만 기부하면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지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김현수는 “제가 가진 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승형기자 lsh@munhwa.co.kr